처벌이 강하면 범죄가 줄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이 더는 나타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는 공감하지만, 이렇게 무자비한 교도소를 운영하는 건 전혀 대안이 아닌 데다가 어떤 면에서는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러시아의 살인 범죄율은 2014년 기준 10만명당 12.14건이다(이하 전부 유엔마약범죄사무소 자료 참고). 한국은? 10만명당 0.74건이다.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낮다.

러시아는 무자비한 교도소를 운영하는데 왜 이렇게 살인 범죄율이 높은 걸까? 처벌이 강한가 여부가 범죄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살인 같은 범죄의 경우 전반적 처벌이 강할 경우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예컨대 강도짓을 한 번만 해도 사형이라면, 강도는 총이나 칼로 목격자를 위협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냥 죽여버리려 할 것이다.

강간 범죄율의 경우 러시아가 한국보다 낮다. 하지만 강간은 그 특성상 숨겨진 범죄(암수범죄)가 무척 많다는 것을 봐야 한다. 대부분의 강간이 피해자가 아는 사람에 의해 벌어지는데다가, 사회에서 여성 차별이 얼마나 심한가 여부가 신고율에 많은 영향을 끼치며, 설사 신고를 하더라도 경찰의 편견 등으로 인해 기소되지 않는 범죄도 많다.

그래서 강간 범죄율을 보고 실제 강간이 얼마나 벌어지는지 알기는 매우 어렵다. 대체로 선진국일수록 강간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통계에 잡힐 뿐이다. 그런 선진국들에서 실제로 범죄 자체가 많기보다는, 피해자가 신고하고 범죄자가 처벌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이해해야 할 수도 있다.

어쨌든 결론은, 러시아의 무자비한 교도소는 대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진보주의자들이 강한 처벌에 반대하는 것은 이게 범죄를 줄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강한 처벌은 보통 권위주의적 체제와 쉽게 연결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러시아가 얼마나 비민주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국가인지 생각해보라.) 다시 말해, 범죄자의 인권을 피해자 인권보다 중히 생각하거나 해서 그러는게 아니라, 범죄자 인권을 짓밟을 수 있는 사회는 당신의 인권도 쉽게 제약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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