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떼’는 누구인가

부동산 카페의 댓글 캡처. 작성자 이름은 가려져 있고, 상속세와 주택연금을 두고 오간 댓글이 이어진다

부동산 ‘투자’ 카페를 보면 이런 식의 댓글들이 한가득인데, 나는 이 사람들이 진심으로 이런 댓글을 쓰는지 정말 궁금하다. 계산기를 조금만 두들겨 보면 알 수 있다. 그 정도 계산도 안 되는데 부동산 ‘투자’를 한다고?

주택연금을 받겠다는 사람은 제발 진심이기를 바라는데, 얼마나 머리를 쓰지 않으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공시가격 12억 원까지만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최대한 불리하게 생각해도 3억 정도일 상속세를 안 내겠다고 집을 주택금융공사에 갖다 바친 다음에 자식에게 한 푼도 물려주지 않겠다는 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장수해서 만 55세부터 40년을 살다가 만 95세에 죽는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유리한 게 하나도 없다. 만약 150세까지 살 수 있다면 그나마 유리할까? 사실 아래에서 내가 계산하는 방식을 참고해 본다면, 그것조차 아닐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주택연금 그거 이자 없이 쓸 수 있는 공짜입니다” 이 착각에 기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뭔 헛소리인지. 주택연금 이자(월복리)가 얼마나 무서운지 정말 모르는 건가? 대출(주택담보대출)은 말할 것도 없다. 공시가격 12억이면 시세로는 17억쯤 되려나? 그걸 팔고 9억짜리 집으로 옮긴 다음에, 차액을 배당주 같은 데 ‘투자’해서 배당금을 받아서 생활비로 쓰는 시나리오랑 비교해서 계산해 보라.

근데 정말 나 같은 마르크스주의자보다도 숫자 계산이 안 돌아간다고? 그럴 리가 없다. 가진 자들의 노골적인 계급 투쟁이다. “놀고 먹기 위해 타어난 이리떼”는 바로 저들이다.

저들이 세금 한 푼도 안 낸다고 선동하는 저소득 노동자(연봉 2500만원, 실수령 월 185만원)와, 송파구 30억 아파트 1채‘밖에’ 재산이 없는 부모님이 두 분 다 돌아가셔서 젊은 나이에 상속받게 된 같은 나이의 ‘이리떼’를 비교해 보자.

일단 소득세를 안 낸다고 해서 세금을 안 내는 게 아니다. 간접세를 생각해야 한다. 저소득 노동자는 소득의 거의 100%를 생계비로 써야 하는데, 면세가 되는 품목들이 있으므로 소득의 7%를(10%가 아니라) 부가세로 낸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물가상승률을 3%로 계산하면 30년간 7400만원 정도를 내게 되는데, 만약 그 돈을 세금으로 내지 않고 ‘투자’해서 연 5% 복리 수익을 냈다고 가정하면 1억 5000만원 정도를 기회비용으로 계산할 수 있다.

30년 후에 남는 자산? 당연히 0원이다. 30년을 일하고도 가난한 노년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이리떼’는 30억 아파트를 현행법에 따라 8억 4000만원을 상속세로 냈다고 치자. (부모님 두 분 다 돌아가셔서 배우자 공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동거주택 상속공제 등 다른 추가 공제도 배제해서 현행법상 최대한 상속세를 많이 낸다고 가정한 경우다. 참고로 현재 민주당은 공제 한도를 늘려서 상속세를 지금보다 더 깎아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남은 21억 6000만원을 똑같은 연 5% 수익률로 굴렸을 때 30년 뒤 자산은 93억이 넘는다. 연 5% 수익률이면 매달 수익만 900만원이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하게 계산해 보자.

여기서 만약 이 수익만으로 생활한다고 쳐서, 생계비를 빼 보자. ‘공정’하게 노동자와 똑같이 월 185만원만 썼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금융소득세를 제해야 하니까, 900만원에서 그걸 제하면 매달 수익은 약 720만원 가량이다.

거기서 매달 생계비 185만원을 쓰고, 남는 돈 약 530만원을 30년간 그대로 쌓아만 둔다면(0% 수익률) 30년 뒤 총 자산은 약 39억이 되고, 만약 ‘재투자’한다면(5% 수익률) ‘복리의 마법’으로 약 64억이 된다. (노동자와 같은 조건으로 계산하기 위해 약 40.7억과 65.7억에서 기회비용 1.5억을 제했다.)

30년간 일하지 않고 살아도, 자산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아도 약 2배, 어느 정도 낙관적으로 잡으면 약 3배로 늘어난다. (지난 30년을 돌아볼 때, 5% 수익률이란 딱히 낙관적으로 잡은 수치도 아니다.)

참 “눈물겨울” 일이다.

이 계산에 마르크스주의적인 건 아무것도 없다. 마르크스주의의 핵심은 저소득 노동자가 받는 돈은 실제 그가 생산한 가치가 아니라, 이미 자본가들에게 빼앗긴 몫(착취)이 있다는 것을 밝혀낸 것, 그리고 연 5% 수익률이라는 것도 사실 돈이 돈을 낳은 게 아니라 착취된 노동자의 몫이 이전된 것이라는 것을 밝혀낸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철저히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저소득 노동자가 그의 노동에 ‘합당’한 돈을 받았다고 가정하더라도, 진정한 ‘이리떼’는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다가 마르크스주의를 아주 살짝 가미하자면, 앞서 말했듯 돈이 돈을 낳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돈이 마법처럼 무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은 내 계산에서 계속해서 가정한 5% 수익률이라는 것조차도 노동자에게서 착취된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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