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늘었다는 광고는 왜 없을까

부업(?) 삼아 영어 번역을 하는 친구와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야X두’ 광고를 보고 이런 얘기를 했다. 요새 이런 성인 대상 온라인 영어교육 업체들이 정말 많아졌고 광고도 정말 많이 보이는데, 광고 중에 “영어가 이만큼 늘었어요” 하는 내용은 한 번도 못 본 것 같아 신기하다고.

물론 얼마나 영어가 늘었는지를 비교해 보여 주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방법이 없진 않을 텐데 말이다.

업체들이 광고를 많이 하는 탓인지 아니면 페이스북과 구글이 내가 영어 공부에 관심이 많다고 판단해서인지 둘 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업체들 광고를 정말 자주 띄워 준다.

예전에 한 광고를 보고 있는데, 영어 강사가 “여러분은 영어에 몇천 시간, 몇만 시간을 투자했는데 말 한마디 하기 어렵잖아요.”라고 말하는 걸 보고 속으로 좀 웃었다. 광고니까 과장은 해야겠지만, 몇만 시간은 턱도 없고 몇천 시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만한 사람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 강사는 초중고 교육과정에 영어 시간이 얼마나 배정되어 있는지 알까? (‘교포’니 모를 것이다.) 학교 공교육에 영어학원 등 사교육을 통해 접하는 시간을 다 더해 봐야 3000~4000시간을 넘기기 어렵다. 게다가 그 시간 동안 영어‘만’ 쓰는 것도 아니기에, 수업 중 한국어를 쓰는 시간을 빼야 한다. 절반? 그조차 적게 빼는 것이다. 실제 영어 수업 시간에서 영어를 쓰는 시간은 매우 적고, 이는 한국 영어 교육의 주요 문제 중 하나다. 초중고가 그러면, 대학 이후 영어를 쓰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한국은 영어가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 같은 나라처럼) 제2언어가 아니라 ‘외국어’인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환경이고, 그 말인즉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는 한 영어를 실생활에서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미국 연방정부 소속 인원에 대한 외국어 교육 기관인 미국 외국어훈련원(FSI)이 영어가 모국어인 인원들을 가르친 경험에 따르면, 한국어 교육은 2200시간, 주 25시간씩 88주를 한다고 한다. 물론 이 학습자들은 (외국어 학습에 유리한) 어린이/청소년이 아니지만, 소규모 그룹으로 배우는 데다가 언어 학습에 대한 열의도 매우 높은 편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분명 한국어는 영어 화자가 배우는 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볼 수 있다. 두 언어가 무척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어 화자가 영어를 익히는 것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영어에 노출될 기회는 별로 없는데, 영어를 익히는 데 드는 시간은 이렇게 많다면, 영어를 못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한국 영어 공교육에 문제가 없지는 않다. 앞서 말했듯 수업에서 실질적으로 영어를 쓰는 시간도 너무 적고(교사나 학생이나 영어가 익숙하지 않으니 그렇고, 악순환이다), 초등 과정은 그렇지 않은 편이지만 중등으로 올라가면 실제 교육과정이 무색하게 듣기와 말하기 교육에 대한 시간 배분이 너무 많이 줄어든다.

하지만, 그게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는 성인 대상 온라인 영어교육 업체 당신네들이 대안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당신네들이 해결해 주는 문제가 거의 없고, 나는 그게 당신네들이 영어를 잘하게 된 수강생을 내세운 광고를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 의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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