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권과 계급
낙태권 문제를 여 vs. 남+(남성적)국가의 문제로 보는 모 페미니스트 교수의 언론 인터뷰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한 구절만 갖다가 이러는 게 아니다. 그를 포함한 여러 페미니스트들의 일관된 입장이다. “남성중심 가부장적 인식에서 나온 발상”, “남성의 어떤 책임에 대한 일말의 언급도 없었다”, “여성이 태아를 남성의 아이로 인정하고 지속할 때는 공생하는 존재로 여기지만, 여성이 남성의 것인 아이를 임신 중절 대상으로 보면 누구보다 적대적인 대상으로 대한다”,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임신의 시작부터 끝까지 남성과 국가가 관리하고 가져야 한다는 인식”….
다시 한번 아일랜드의 사회주의자 국회의원 브리드 스미스의 연설을 곱씹어 본다. 낙태를 성별 대립 문제가 아니라 계급 대립(국가+지배계급 남성과 여성 vs. 노동계급 여성과 남성) 문제로 보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다.
그 덕분에 낙태권을 쟁취할 수 있는 진정한 힘에 주목할 수 있다. 아일랜드에서는 낙태죄 폐지를 위한 집회에 수차례 수만 명이 모였다. (아일랜드 인구가 500만이 채 안 되는 걸 고려하면, 한국에서 수십만 명이 모인 것과 같다.)
그리고 낙태권 쟁취 운동이 더 큰 사회 변혁 운동의 일부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느끼게 한다.
아일랜드에서 낙태죄가 반드시 폐지되길, 한국에서도 귀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
ws.or.kr
아일랜드 사회주의자 의원 브리드 스미스의 의회 연설: “낙태 금지 헌법을 폐지하고 어두운 역사를 청산합시다”
낙태를 둘러싼 이슈에는 사회경제적 요소가 다분합니다. 돈만 있으면 아일랜드에서도 언제든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돈만 있다면 언제든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로 가서 돈을 내고 시술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여성, 난민 여성, 직장에 휴가를 낼 여유도 돈도 없는 여성이라면 낙태를 금지하는 조항에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것은 명백한 차별입니다.
이 나라에는 이미 태어나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 아이들 5명 중 1명이 빈곤 속에 살아갑니다. 그들은 피와 살로 이루어진 진짜 인간이지만 몸을 뉘이고 쉴 공간조차 주어지지 않습니다. 아일랜드는 유엔 협약에 보장된 장애인에 대한 권리 보호를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집이 없는 아이들이 노숙인 보호소에 수용됩니다. 만약 생명이 그토록 소중하고 고귀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벌이는 투쟁에 함께합시다. 장애인 차별을 없애고, 노숙인들에게 살 곳을 제공하고,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싸웁시다. 긴축을 막고 인간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가지 활동에 함께합시다.
그리고 저는 여성의 선택권에는 아이를 가질 권리도 포함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낳을 권리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만약 집이 없다면,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면, 일자리가 없다면, 즉 존중과 존엄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그것이 무슨 의미일까요? 그래서 결정권은 두 가지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임신에 대한 통제권과 아이를 가질 권리 두 가지 모두입니다. 그런 결정권이 보장되는 사회가 바로 우리 모두가 살고 싶어하는 미래 사회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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