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교양과 지적 겸손

솔직히 말해서, 나는 과학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중고등학교 때 과학 성적도 좋지 못했고, 그나마도 과학 교육이 많이 부실했던 세대에 속한다. 그렇지만 비판적 사고를 위한 배경지식으로서 과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적어도 ‘과학 교양’은 갖추려고 노력한다.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의 핵융합 연구 예산 전액 삭감 주장이 비판을 많이 받는 모양이다. 내가 구독하는 과학 관련 페이지 대부분이 이를 다뤘다. 내가 개인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는, 이것이 왜 비판받아야 마땅한지 그 이유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핵융합은 태양에서 일어나는 현상임. 핵융합을 실현시키는 것은 지구에 태양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이라는 환경운동연합의 의견서는 뭐가 문제인지 알겠다. “번개에서나 발생하는 현상이었던 전기를 현대인은 왜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걸까요”라고 사이언스 라이프가 반박했듯이 말이다.

그런데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올린 장문의 글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겠다. 어떤 다른 과학 페이지는 “뉴턴은 프린키피아를 어렵게 쓴 이유로 ‘수박 겉핥기로 아는 사람들(little smatterers)’이 귀찮게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했”다며 “지적 겸손”을 갖추라고 충고한다. 문제는 뉴턴은 막대한 세금을 받아 연구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핵융합 연구와는 다르다.

facebook.com 사이언스 라이프

한 보고서에서 “핵융합은 태양에서 일어나는 현상임. 핵융합을 실현시키는 것은 지구에 태양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함.” 이라는 표현을 통해 핵융합 연구 예산 전액 삭감을 주장했던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자신의 의견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을 본인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포스팅 전체 공개를 통해 밝혔습니다.

매우 긴 글인데 절반 가량은 핵 융합이 아닌 분열에 대해 관한 상식적인 내용이라 생략하고 핵융합 부분을 발췌하였습니다.


핵융합이 일어난다는 것은 규명했지요. 과학연구의 단계, 그 정도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공학의 단계로 진전시키고 경제성도 확보해서 상용화시키는 핵융합발전으로 가야 하는데 지난 70년간의 시간은 이것이 기술적으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과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실험실에서 핵융합반응이 일어났죠. 수소폭탄도 만들어서 실험도 했습니다. 하지만 핵융합을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일어나게 하는 건 아직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과연 지구상에서 안정적이고 연속적인 핵융합반응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핵분열이나 핵융합이나 극복해야 할 대상은 원자를 안정하게 유지시키고 있는 핵력입니다. 지구의 중력이나 지구상의 왠만한 힘(폭탄 폭발)에도 원자들끼리의 결합이 바뀌는 거지 원자 자체가 파괴되지 않습니다. 원자핵의 양성자들끼리 안정하게 유지되게 하는 힘 덕분입니다. 양성자들이면 서로 밀어낼텐데 안정하게 있을 수 있는 건 핵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핵이 분열되거나 융합되어 다른 단계의 안정단계로 들어가게 하기 위해서는 불안정한 원자가 필요하고 핵력을 극복하는 초기의 힘이 필요합니다. 핵분열은 비록 몇차례 사고는 있었지만 기술적으로 가능했는데 핵융합은 아직도 제자리 걸음입니다.

핵융합은 태양에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그 덕분에 지구에 사는 우리는 태양으로부터 풍부한 에너지를 받고 있습니다.

수소는 양성자 하나 전자 하나로 우주에서 가장 작고 가볍고 간단한 원자입니다. 태양에서는 이 수소들이 중성자 반응으로 중수소가 되고 삼중수소가 됩니다. 중성자가 없이 양성자 하나밖에 없던 수소원자의 핵에 중성자 한 개 추가되어 중수소, 중성자 두 개가 추가되어 삼중수소가 된 것들이 태양과 같은 높은 에너지 상태에서 융합되어 헬륨이 되는 겁니다.

헬륨은 양성자 두 개, 중성자 두 개, 전자 두 개 이니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융합하면 중성자 하나 남습니다. 이 중성자는 다른 중성자 반응을 일으키면서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생기고 핵융합도 연달아 일어납니다.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융합하면서 아주 약간의 물질이 사라지는데 이것이 막대한 에너지가 되어 발산되고 그 에너지가 태양의 높은 온도를 유지시키고 빛나게 합니다. 지구의 모든 생명을 푸르게 합니다.

그런데 이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지구상에서 일어나게 하려면 비슷한 조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자연계에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해야 합니다. 미리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만들어서 확보해놓고 있는 거지요. 그리고 이들을 태양처럼 아주 높은 에너지 상태와 아주 높은 압력상태로 만들어야 합니다.

핵분열이든 핵융합이든 서로 충돌을 해야 합니다. 핵분열은 양성자가 가득한 원자핵에 중성자가 충돌하는 거고 핵융합은 양성자와 중성자가 있는 원자핵끼리 충돌하는 겁니다.

그런데 서로 거리가 너무 멀리 있습니다. 마치, 축구장 한 가운데 골프공보다 작은 공을 축구장 한쪽 끝에서 다른 공으로 맞추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맞추는 게 아니라 우연히 던졌는데 맞아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핵분열할 때는 공의 속도를 좀 늦추는 방법과 던지는 공의 개수를 늘리는 방법을 썼고 그게 성공했습니다.

핵융합은 좀 더 어렵습니다. 핵분열은 양성자와 중성자들 235개가 있는 우라늄 핵을 중성자로 맞추는 건데 중성자가 이온을 띄지 않으니 원자핵에 가까이 가는 게 아주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핵융합은 양성자 하나 중성자 하나로 아주 작은 원자핵 두 개가 충돌해야 하는데 서로 양(+)을 띄고 있으니 쉽지 않습니다.

먼저 이온화를 시켜서 전자부터 떼어내야 하고 양성자끼리 밀어내는 힘도 극복해야 하고 원자핵을 안정하게 유지시키는 핵력도 극복할 정도로 높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원자핵들도 아주아주아주 많아야 합니다. 서로 만날 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개수를 늘리는 방법입니다. 압력이 높고 속도가 빠르다면 단위 공간당 서로 만날 확률이 높아지겠지요.

태양은 높은 에너지상태인 1500만도씨이고 태양의 핵은 엄청난 무게의 힘으로 원자들의 개수가 아주 많은 상태인 높은 압력, 2600억 기압이 유지되어 안정적으로 핵융합이 이루어지는 겁니다.

태양은 워낙에 크고 밀도가 높아서 막대한 중력으로 높은 온도와 높은 압력 환경이 조성되어 이게 가능합니다. 무게는 지구의 33만배이고(태양계 전체 질량의 85% 차지) 부피는 지구의 130만개가 될 정도로 큽니다.

그런데, 지구상에서 이런 높은 에너지와 높은 압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외부에서 엄청한 에너지를 투입해야 합니다. 우선, 온도를 높여서 삼중수소, 중수소를 이온상태의 플라즈마(불 덩어리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로 만들고 온도를 계속 올립니다. 자기장을 걸어서 플라즈마 속의 이온들을 가속하는 방법을 씁니다. 속도가 올라가면 온도가 올라갑니다. 그리고 수소를 계속 집어넣어 압력을 높입니다. 태양만큼 압력을 높이지 못하니 온도를 더 높이는 방법을 씁니다.

이론적으로는 어떤 고에너지 상태가 되면 핵융합반응이 연속으로 일어나서 그 결과 온도가 10억도씨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현재까지는 1억도씨 정도까지 밖에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긴 했다는데 국내에서는 핵융합 실험로인 토카막 중앙에서 2016년도에 플라즈마를 1억도씨 이상 1.5초 동안 유지하는 정도였다고 합니다. 플라즈마 내에서 핵융합반응이 일어났겠지만 1억도씨 온도가 1.5초 유지된 정도라니 이론적으로 핵융합반응은 1.5초 이내일 수 밖에 없겠네요(그 사이 더 진전이 되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해외에서는 1억도씨 이상 온도로 100초 정도 플라즈마 조건을 유지했다는 소식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론상으로 플라즈마 온도가 1억도씨 이상이 유지가 되면 핵융합반응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핵융합반응이 일정하게 유지되면 온도에 따른 반응들이 정규분포를 이루겠지만 지금은 정규분포의 끝단에서 어쩌다가 순식간에 잠깐 반응이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그 정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삼중수소는 또 얼마나 비싼지, 그리고 이것 역시 방사성물질이라 위험합니다. 반응로 주변을 둘러싼 물질도 제어되지 않는 입자나 에너지(감마선, 중성자선 등)가 충돌하여 방사화됩니다. 토카막 전체가 방사성물질로 오염되는 거고 핵폐기물도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핵융합이 핵폐기물이 없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릅니다.

더구나 1억도 이상의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재료기술, 제어기술, 플라즈마 내외부 온도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기술 등도 아직 불안정한 상황입니다.

핵분열기술을 이용한 핵발전소 반응로는 350도씨, 150기압을 유지하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냉각이 안되면 내부온도가 1천도씨까지 올라가면서 핵연료봉인 노심이 녹아내리고 압력이 올라가면서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이와 비교하면 핵융합반응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난 70년여간 이룬 핵융합 연구 결과가 여기까지입니다. 그런데 무슨 공학적 설계이고 핵융합발전소 상용화입니까. 아직 과학연구단계입니다.

태양에서 일어나는 안정적인 핵융합을 지구상에서 구현하겠다는 과학연구를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과학연구일 뿐입니다. ‘상용화’ 가능성을 얘기할 단계도 아닙니다.

인간을 불멸의 존재로 만들기 위한 연구에 구글 등이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미 현실성이 없어졌지만 빌게이츠 역시 꿈의 원자로라고 하는 고속로에 투자한다고 합니다.

민간자본이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투자하는 것에는 의견을 낼 바 없습니다. 그런데 국민세금을 투여하는 것에는 다른 판단입니다.

인간의 노화 메카니즘을 연구하고 노화를 되돌리는 연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핵융합도 연구를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여러 과학기술 옵션 중의 하나로, 당장에 현실성이 없더라도 과학연구 그 자체로서 의미있는 지원 정도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연구 성과도 별로 없는 ITER에 산업부와 과기부가 각각 같은 명복으로 연간 340억, 370억씩 돈을 내고 아직 실험로에서 성공하지도 못한 핵융합을 발전소로 상용화하겠다고 국가 핵융합연구소 만들어 매년 800억을 쓰다니요. 여기에 관련된 연구인력 통틀어 몇 명이나 될까요?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입니다.

더구나 그 핵융합이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목표라고 한다면 그건 필요없습니다. 이미 태양광, 풍력, 바이오 등 다양한 형태의 재생에너지로 인류는 전기를 풍족하게 쓸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었고 상용화되었으며 그 어떤 발전원보다도 경제성 있는 것으로 판명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최종에너지의 20% 정도인 전기비중을 최종에너지 전체의 전기화로 진전시키는 중입니다. 이를 넘어 산업공정에서 화석연료가 아예 필요없는 단계로까지 나아가고 있습니다.

전 세계 사막에 6시간 동안 내리쬐는 태양에너지가 인류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에너지양과 맞먹는다거나 사하라 사막의 1.2%를 태양광 패널로 덮으면 전세계 에너지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는 얘기는 흔한 얘기입니다. 문제는 지구로 전달되는 태양에너지가 밀도가 낮아서 이를 인류가 쓸 수 있는 밀도가 높은 에너지로 바꾸는 방법입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정에서 쓰는 전기만이 아니라 한 나라가, 세계 전체가 재생에너지 100%로 난방, 수송, 산업 전체의 전기를 감당하는 세계는 그리 멀지 않습니다. 전자전기 그리고 ICT 기술의 발달 덕분입니다.

핵융합은 그 자체 과학연구로 의미있을지라도, 발전기술화하겠다는 건 다른 얘기입니다.

연구하는 것과 거기에 국가 예산을 투여해서 상용화하겠다고 계획을 세우는 것 이는 다른 판단입니다.

국가 예산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구성됩니다. 국가 예산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어디에 돈을 써야 할지 판단을 해야 합니다. 지난 수십년간 국가 예산을 투입했지만 여전히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면 판단을 해야 합니다. 더구나 저 예산의 목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핵융합 반응을 성공하기 위한 과학연구가 목적인가요. 핵융합발전소를 상용화해서 전기를 얻는 것이 목적인가요.

개인적으로 핵융합 발전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 방사성 물질 걱정이 거의 없고, 막대한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나, 상용화되기까지 갈 길이 멀거나 아니면 상용화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 정도로만 알고 있다. 이마저도 틀리게 알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어쨌든 아는 수준에서는 핵융합 발전에 대한 이미지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과학 페이지의 훈수와 (심하게는) 조롱 속에서 다음에 대한 설명은 찾을 수가 없다. 핵융합 발전은 상용화될 수 있는가? 가능성이 얼마나 될 것 같은가? 혹여 상용화에 실패하더라도 연구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부산물은 얼마나 될 것 같은가? 그리고 그 부산물은 공학·과학적 측면에서 얼마나 유용할 것 같으며, 정치적·사회적으로 문제는 없는가?

그런 것은 찾을 수 없고 그저, 화가 많이 났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다. 과학을 쉽게 설명한다는 페이지들이 그러면 곤란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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