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대를 위한 마르크스 정치학 가이드』: 다시 꺼내 읽는 기본
aladin.co.kr
새로운 세대를 위한 마르크스 정치학 가이드 | 토니 클리프
토니 클리프가 쓴 『새로운 세대를 위한 마르크스 정치학 가이드』를 읽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 읽는 책은 아니고, 여러 번 다시 읽게 되는 책이다.
마르크스주의는 여전히 유효한가? 왜 혁명정당이 필요한가? 마르크스주의 이론은 왜 중요한가? 제대로 답하는 일은 늘 어렵고, 그래서 ‘기본’이 언제나 중요하다.
나는 이 모든 일을 왜 하고 있는가? 이 책을 오랜만에 다시 꺼내 읽으며 한번 더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나는 사람들이 마르크스주의를 모종의 지적 활동으로 여기는 것을 싫어한다. 즉, 어떤 현상을 해석하고 이해해서 더 현명해지는 활동 말이다. 마르크스주의는 행동의 지침이며, 행동하기 위해서 규모가 필요한 것이다. 행동하려면 세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당원 50만 명의 대중정당이 필요하다.
36쪽
미래에 대비하려면 과거로부터 배워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이해하고 체제의 내적 폭발을 초래하는 힘을 이해하려면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탐구해야 한다.
지도하는 것은 예측하는 것이다. 예측하기 위해서는 경제, 사회, 정치, 역사, 철학에 대한 명확한 이론적 이해가 필요하다.
40쪽
소수의 당원들만 이론을 아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모든 당원이 이론을 알아야 한다. 레닌은 혁명정당에서는 모든 당원이 지도자이며 따라서 모든 당원이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혁명정당은 자본주의 공장이나 자본주의 군대를 따라 해서는 안 된다. 공장에서는 경영자들이 결정을 내리면 노동자들은 복종해야 한다. 자본주의 군대에서는 장교들이 명령하면 병사들은 복종해야 한다. 그러나 혁명정당에서는 모든 당원이 판단하고 결정하며 행동한다.
40-41쪽
물론 현실에서는 혁명정당 내에도 의식 수준이나 이론적 깊이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균등성은 극복해야 한다. 혁명정당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사태는 프롤레타리아적 태도라는 미명 아래 당내 지식인들이 비난받는 것이다. 그런 비난은 노동자들에 대한 모욕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비난은 노동자들이 이론을 이해할 수 없다는 가정을 깔고 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가 26년이나 걸려서 《자본론》을 집필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사실 마르크스는 《자본론》을 완성하지도 못했다. 마르크스 생전에 출판된 것은 1권뿐이었다. 2권과 3권은 마르크스 사후에 엥겔스가 편집해서 출판했다. 노동자들이 이론을 이해할 수 없다면 1890년대에 러시아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왜 야학에서 마르크스주의를 가르쳤겠는가?
(중략)
혁명정당에서 이론의 중요성을 깎아내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노동자들이 이론을 이해할 수도 없고 관심도 없다는 전제 아래 노동자들을 모욕하는 것이다.
41-42쪽
혁명정당은 과거의 모든 경험에 기초해 노동계급을 지도해야 한다. 좋다. 당이 노동자들을 가르친다. 그러면 간단한 의문이 든다. “누가 선생님을 가르치지?” 우리가 노동계급에게 배울 수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모든 훌륭한 발상은 노동자들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노동자 정부, 즉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필요성을 얘기했다. 그러다가 1871년에는 노동자들이 상비군, 관료제, 경찰 등으로 이뤄진 낡은 국가기구를 넘겨받는 대신 그것을 박살 내야 한다고 썼다. 우리는 이 모든 위계 구조를 파괴하고 새로운 형태의 국가를 세워야 한다. 상비군과 관료제가 없고, 모든 관리가 선출되고 평균 노동자들과 똑같은 봉급을 받는 국가 말이다. 그런데 이런 결론은 마르크스가 대영박물관에서 혼자 머리 싸매고 연구해서 얻은 결론일까? 천만의 말씀. 위에서 설명한 모든 것은 바로 1871년에 파리의 노동자들이 행동으로 직접 보여준 것이다.
마르크스는 파리의 노동자들한테서 배웠다.
26-27쪽
당은 단지 사람들만의 모임은 아니다. 단지 혁명가들이 모였다고 해서 그들이 언제나 노동계급을 지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 오산이다. 지도력을 얻기 위해 언제나 분투해야 한다. 항상 앞서 가려면 항상 배워야 한다.
(중략)
지도력이란 은행에 저금한 돈처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은행예금은 가만히 있어도 이자가 불어난다. 그렇지만 혁명적 지도력은 전혀 다르다. 혁명가는 매일, 매달 지도력을 획득해야 한다. 따라서 혁명가들에게는 지난주에 한 일, 이번 주에 하고 있는 일, 다음 주에 할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00년에 걸친 모든 경험에서 배울 수도 있지만 이번 주에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지도력은 쟁취하는 것이다.
28-29쪽
혁명정당의 당원들이 마르크스주의 문헌을 읽고 강연을 듣는 것만으로는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체득할 수 없다. 당원들은 가까운 주변 사람들을 확보해야 한다. 혁명정당의 당원은 모두 지도자라는 레닌의 말은 모든 당원이 당 외부의 노동자들을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사회주의노동자당 당원이 직장 동료, 이웃, 학교 친구 같은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면 그는 주변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에 답변해야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너는 혁명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러시아 혁명은 결국 독재로 이어졌잖아. 그런데도 우리가 혁명을 지지해야 할까?” 하고 물어볼 수도 있다. 만약 그런 질문을 받은 당원이 러시아 혁명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설명할 수 있다면, 즉 독일 혁명이 패배해 러시아가 고립되고 노동자 국가가 타락하고 결국 스탈린이 득세해 혁명의 무덤을 파고 국가자본주의를 건설하게 된 과정을 얘기할 수 있다면, 그 당원은 이론을 확실히 체득한 것이다. 당원은 비당원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자기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지, 그래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42-43쪽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