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전쟁 1954-1962』 서평

aladin.co.kr 알제리전쟁 1954-1962 | 스투디움 총서 8 | 노서경

노서경이 쓴 『⁠알제리전쟁 1954-1962』를 읽었다.

노서경의 『알제리전쟁 1954-1962』 책과 흰 컵에 담긴 커피가 나무 탁자 위에 놓여 있다

이 책을 읽게 된 건 알제리의 현대사를 알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알제리의 현대사를 알고자 하면서 알제리 전쟁을 한 번도 들춰보지 않는 건 말이 되지 않을 것이다. 상당히 두꺼운 책이라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알제리 전쟁에 관해 한국어로 쓰인 책이 별로 없어서, 지난 2주간 열심히 읽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L씨가 예전에 크리스 하먼의 『⁠이슬람주의, 계급, 혁명』을 함께 읽을 때 나한테 질문하신 것 때문에 알제리의 역사가 궁금했다.

『⁠이슬람주의, 계급, 혁명』을 보면 중동에서 이슬람주의가 유력한 정치 세력으로 떠오르게 된 것은 세속 좌파의 주류였던 아랍 민족주의가 실패한 결과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때 아랍 민족주의와 이슬람주의 둘 다의 대안적 정치 세력으로 발전할 수도 있었던 스탈린주의나 마오쩌둥주의 좌파들은 이슬람주의를 모종의 파시즘이라고 비판하며 아랍 민족주의 ‘세속 국가’와 협력함으로써 스스로 정치적 몰락을 재촉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란과 이집트의 경우 그 역사를 『⁠이슬람주의, 계급, 혁명』에서 짧게나마 중요하게 다루지만, 알제리의 경우 자세히 나와 있지는 않아 L씨가 혹시 알고 있느냐고 나에게 물어보신 것이었다.

물론 『⁠알제리전쟁 1954-1962』에 그 물음에 대한 답이 나와 있지는 않다. 다만 알제리 공산당이 밟은 궤적을 얼핏얼핏 볼 수 있었다. 내 나름대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프랑스 공산당의 지부로서 출발한 알제리 공산당은 “유럽인 중간층과 하층 노조원, 일부 알제리인이 섞여 성립된 당”(340쪽)이었다. 그런데 프랑스 공산당은 알제리 문제에서 “알제리 민족은 아직 형성중이기에 독자적인 정치세력의 구축이나 독립은 시기상조”(536쪽)라고 봤다. 입장뿐만 아니라 실제 실천에서도 문제적이었는데, 예컨대 알제리에서 민간권력을 군부권력에 넘기는 ‘특수권한법’에 “[프랑스]공산당 의원 다수가 찬성표를 던졌다”(272쪽)고 한다.

알제리 공산당은 프랑스 공산당과 입장이 완전히 같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그럼에도 1954년 알제리 전쟁이 일어나면서 내부에서 프랑스인과 알제리인들 사이의 분열이 크게 있었던 것 같다. 문제는 (알제리인 당원들을 중심으로) 민족해방전선과 협력하기로 하면서도 자신들의 독립성을 유지하지는 못한 것 같다는 점인데, FLN이 반공주의적이었다는 책에서의 묘사나 1962년 알제리 독립 직후에 공산당이 금지당했다는 실제 역사를 보고 드는 추측이다. 그리고 그 금지가 가능했던 건 알제리 공산당과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려운 프랑스 공산당의 잘못된 입장과 실천도 그 배경으로 봐야 할 테고 말이다. (거듭 말하지만, 이 책에서는 아주 짤막하게만 언급되는 내용들을 갖고 내가 조합한 것이다. 그래서 틀릴 수 있는데, 이 책의 잘못은 아니다.)

물론 알제리 공산당이 금지당했다고 해서 그 당원들이 전부 사라진 것은 아닌데, 알제리 독립 이후 후신 정당들의 역사는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다. 프랑스어 위키백과를 대충 훑어보며 받는 인상은, 이들이 이슬람주의에 대한 입장도 그렇고 알제리 집권 세력에 대한 입장도 그렇고 이란이나 이집트와 꽤 비슷해 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알제리 독립 이후의 알제리 역사에 관해서는 한국어로 읽을 만한 책이 없는 듯해 고민이다.)

『⁠알제리전쟁 1954-1962』 책 자체에 대한 소감을 짧게나마 적자면, 알제리 전쟁과 민족해방전선에 관해서도 알게 된 것이 많아 유익했다. 잘 정리된 느낌의 책은 아니라서 아쉽지만 말이다.

프랑스 식민주의자들의 고문 행위가 얼마나 끔찍했는지도 잘 알 수 있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알제리 독립을 지지, 지원한 프랑스인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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