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 고갈 때문에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한가?

엊그제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가 나왔다. 원래 3월에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연금개혁 논의 지원을 위해” 2개월 앞당겨 발표했다고 한다. 언론들이 “2055년이면 국민연금 바닥”이라고 앞다퉈 보도한 것이 그 내용이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연금개혁”을 또 해야 한다고 군불을 떼고 있다. ‘또’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미 두 번이나 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때 더 늦게 받고 덜 받도록 “개혁”했고, 이후 노무현 정부 때 더더욱 덜 받도록 “개혁”했다. 그 덕분에(!) 현재의 3,40대들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다 합쳐도 평균 100만원에도 못 미치는 연금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받을 수 없게 되는 양 협박하는 자들이 있기 때문에, ‘기금 고갈론’을 간단히 짚고 넘어가야겠다. (예컨대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작년 초에 “1990년생부터 국민연금을 한 푼도 못 받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은 애초에 기금이 고갈될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제도다. 보험료를 낸 사람한테만 주는 방식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러면 당연히 처음에는 연금을 받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고 보험료를 내는 사람만 많을 수밖에 없고, 그러면 기금이 쌓이게 될 것이다. 그러다가 나중에 연금을 받는 사람이 점점 많아져서 기금이 고갈되면, 그해에 필요한 돈을 그해 걷어서 주는 것으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현재 건강보험이 그런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국민들의 노후 생활을 보장하려고 도입한 ‘복지’ 제도지, 사적 연금처럼 개인이 ‘투자’해서 노후에 수익을 받아가라고 도입한 게 아니다.

그러므로 기금이 고갈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기금이 고갈된 이후 그해 걷어 그해 쓰는 것으로 바뀌게 되면, 그 돈을 ‘누구한테서’ 걷을 것이냐가 핵심이다.

부유층에게서 더 많은 세금을 거둬서 그 돈으로 연금 지급을 보조하면 될 일이다.

소위 ‘개혁적’ 연금 전문가들이나 정의당 같은 진보 정당들조차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기금 고갈을 막아야 한다며 보험료 인상을 지지하면서 정부와 기업주들이 퍼뜨리는 ‘기금 고갈론’에 부화뇌동할 수록, 어느 ‘계급’으로부터 재원을 거둘 것이냐 하는 문제는 흐려진다.

2020년 한국의 공적 연금 총지출 규모는 GDP의 3.7퍼센트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았고, 고령화가 심화돼 적자가 나기 시작한다는 2040년에도 GDP의 7.8퍼센트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여전히 OECD 평균인 10.2퍼센트보다도 낮을 것이다.

국가에 노후 생활을 보장하라고 요구해야 하고, 그 재원은 서민층의 보험료 인상이 아니라 부유층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고 기업주들의 보험료 부담을 높여서 해결해야 한다.

정부가 주장하는 “연금개혁을 미루면 미래 세대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논리도 찬찬히 뜯어보면 말이 안 된다. 결국 개별 서민층 가정으로 시야를 좁혀보면 국민연금이 적어질수록 오히려 개별 가정의 부담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민연금이 적어지면 자식이 부모를 사적으로 부양해야 하는 부담이 더 커진다. 만약 자식이 없거나 자식으로부터 부양을 받을 수 없는 노인이라면, 노인이 되기 전 미리미리 임금의 일부를 사적 연금에 부어놔야 한다.

둘 다 안 된다면? 그 결과가 OECD 평균(14.3퍼센트)의 2.8배나 되는 노인 빈곤율(40.4퍼센트)이다. 젊은 시절에 이 사회의 부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해온 사람들이, 도대체 왜 이런 빈곤에 시달려야 하는가?

“미래 세대의 부담”이 아니라, ‘서민층의 부담이냐 부유층의 부담이냐’가 핵심이다.

노동자를 비롯한 서민층은 이 사회의 부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해왔고, 늙어서 평안한 삶을 보낼 권리가 있다.

이를 위한 재원은 이 사회의 부를 독차지해 온 부유층과 기업주들이 내야 한다.


이 글은 강동훈 기자의 《⁠노동자 연대》 기사를 내 나름으로 다른 말로 바꾸어 부연해본 것이다.

ws.or.kr 국민연금 기금 고갈 때문에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한가?

논점을 벗어나는 주제지만,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를 바탕으로 2055년 인구 피라미드를 그려보면 엄청난 역삼각형 모양이다.

전체 인구 4504만 명에 노인 인구가 1866만 명(41%), 노동 인구가 1943만 명(43%)으로 잠재적 부양률이 1.0에 달한다. (2023년 현재 3.3)

‘대한민국 인구 피라미드’ 웹페이지 캡처. 2055년 인구 피라미드가 위는 넓고 아래는 좁은 역삼각형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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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5년 기금 고갈론은 이러한 인구 피라미드를 전제한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구 피라미드를 지배계급도 그다지 걱정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냥 지금의 “개혁” 협박용으로만 써먹을 뿐.

하물며 노동자를 비롯한 서민층이 걱정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지금의 OECD 1위 노인 고용률을 생각해보면—당연히 한국 노인들이 일 욕심이 많아서 그런게 아니다— 지배계급이 별로 걱정하지 않는 까닭도 이해가 된다. 역시나, 계급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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