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A lot of times, people don’t know what they want until you show it to them.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가 한 말이다.
그는 1985년 애플에서 쫓겨난 뒤 12년 만인 1997년에 애플로 복귀했다. 그 직후인 1998년에 《비즈니스위크》와 했던 인터뷰에서 한 말인데, 곧 출시 예정인 iMac에 관해 시장 조사를 하고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애플의 제품 디자인은 지금도 유명하지만, 당시 출시한 iMac G3의 디자인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래서 잡스의 저 말이 여전히 회자되는 것일 테다.
일반적인 컴퓨터가 왼쪽 같은 디자인을 하고 있을 때 오른쪽과 같은 디자인의 컴퓨터를 만들었다. (iMac G3는 모니터와 일체형 컴퓨터였다.)
물론 저 말만 떼어놓고 보면 참 엘리트주의 같은 말이고, 오늘날 회자될 때는 엘리트주의적인 맥락에서 얘기되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저 말을 옳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잡스는 저 말에 앞서 한 말이 있다. 빠트리면 안 되는 중요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저희는 많은 고객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존 고객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또한 업계 동향도 주의 깊게 관찰합니다. 하지만 결국 이렇게 복잡한 제품의 경우, 포커스 그룹 인터뷰에 따라서 제품을 설계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We have a lot of customers, and we have a lot of research into our installed base. We also watch industry trends pretty carefully. But in the end, for something this complicated, it’s really hard to design products by focus groups. A lot of times, people don’t know what they want until you show it to them.
물론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그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내가 가끔 심심풀이로 하는 설문조사 앱이 있다. 설문조사가 왔을 때 응답하면 몇십 원에서 몇백 원씩 준다. 그 앱을 쓰다 보면 시장 조사를 위한 듯한 설문조사가 많이 오는데, 솔직히 말해서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답한다.
“◯◯ 화장품 브랜드에 대해 귀하는 어떤 이미지를 갖고 계십니까?”
알게 뭐야. 생각해본 적 없다.
“◯◯ 맥주 브랜드에 대해 귀하는…?”
△△ 맥주 브랜드와 ◯◯ 맥주 브랜드가 서로 다른 회사에서 만든 거라는 사실도 설문조사를 받고 나서야 알았는데, 뭘 바라.
이런 식이다.
그건 내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그냥 평소에 화장품이나 맥주에 대해 신경을 쓸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컴퓨터 시장 조사도 마찬가지일 테다. 게다가 잡스가 지적했듯, 컴퓨터는 맥주에 비해서 훨씬 따져야 할 게 많은 복잡한 제품이라서 더 그렇다. (화장품에 비해서는 잘 모르겠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까닭은, 그런 데 신경을 쓸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노동조합도 마찬가지다. 어떤 노동조합이 조합원 대상으로 ‘경쟁 노조에 비해 우리가 못한 게 뭐냐’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경쟁 노조의 조합원 수가 늘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모양인데, 설문조사를 통해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뭘 어떻게 알아내겠다는 걸까?
그리고 그 답을 받으면 뭘 하려고 하는 걸까? 경쟁 노조처럼 따라 하려고? 같은 값이면 사람들은 마가린보다는 버터를 택한다. 스스로 마가린이 되겠다고 자처하는 꼴이다.
밑도 끝도 없이 ‘못한 게 뭐냐’라고 물어봐야 답을 찾을 수는 없다. 사람들이 멍청해서가 아니라, 평소에 깊게 고민해보고 신경을 쓸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동조합이 하는 활동들은 컴퓨터나 화장품에 비해서 훨씬 더 복잡하고 따져야 할 게 많다.
게다가 컴퓨터, 맥주, 화장품과 달리, 노동조합은 온갖 프로파간다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더더욱 어렵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이건 사람들이 멍청해서가 아니다. 내가 맥주, 화장품 설문조사를 받으면 내 머릿속에 흐릿하게 둥둥 떠다니는 이미지를 제멋대로 붙잡아서 답하는 게, 내가 멍청해서 그런 것이 아니듯이 말이다.
그런 데 신경을 쓸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파업, 작업장 내 항의 행동 같은) 노동조합 고유의 활동을 해본 경험이 거의 없는 조합원들한테 노동조합에 대해 묻는 건, 맥주를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는 사람한테 맥주에 대해 묻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그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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