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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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 | 김수현
김수현이 쓴 『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를 읽었다.
이 책은 저자의 인류학 석사 논문을 책으로 만든 건데, 원 논문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책으로 미뤄 짐작하건대 꼼꼼하게 잘 쓴 논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석사 논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저자가 부록에서 설명하듯 인류학과 다른 학문(정치학, 사회학, 경제학 등)의 핵심적인 차이점은 “연구자가 직접 장기간의 현지조사를 통해 민족지라고 불리는 인간 집단의 삶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글을 논문으로 작성”하는 질적 연구라는 데 있다(342쪽). 이 책은 로알매매방(가명)에 저자가 자릿세를 내고 한 자리를 얻어 개인전업투자자들을 직접 장기간 만나서 연구한 결과물이다.
‘저자가 인류학 연구를 계속해 나가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는데, 책날개의 소개를 보면 “현재 서울대학교 간호학과에 재학 중”이라고 하니 아쉽게도 그렇지 않은 듯하다. 1994년생, 불교학과를 나와 교환학생 시절 수강한 종교인류학 수업에 매료돼 인류학과 대학원에 진학했고 석사 학위를 받았다는 문구 뒤에 현재는 간호학과에 재학 중이라는 문구가 어색하게 붙으니, 정말 오늘날 청년의 삶이 그대로 그려지는 듯한 소개같이 느껴졌다.
저자가 개인투자로는 절대로 돈을 벌 수 없다는 교수의 단언에 반발해 “개인투자자로서의 성공과 경제적 자유를 향한 꿈이 정말 불가능한 것인지 직접 연구를 통해 확인해” 보려고 이 연구를 시작했다는 점을 솔직하게 밝혀놓은 것(8-9쪽)도 내 관심을 끌었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좀 더 잘 이해하고자 하는 게 내 큰 갈망인데, 이 책이 어느 정도 도움을 준 것 같다. 에필로그에서 최근의 청년 투자자들에 관해 보충한 것도 좋았다.
오늘날 청년세대는 재테크에 일찌감치 눈뜨고, 유독 돈을 좋아하며, 그 관심을 숨기지 않는 이상하고 영악한 세대로 통한다. 하지만 청년세대가 추구하는 경제적 자유란 사실 주식투자로 일확천금을 벌고야 말겠다는 뜻은 아니다. 돈 때문에 아쉽고 곤란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적은 돈이라도 안정적으로 지속적으로 벌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겠다는 소박한 바람에 가깝다. 장래희망으로 공무원을 선호하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은 거다. 그렇게 해서 돈에 집착하지 않겠다, 더 엄밀히는 집착하지 않고 싶다!는 청년세대의 의지의 발현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을 뒤집어 생각해 보면 보이는 것은 청년세대가 돈을 우선시하고 집착적으로 경제적 가치를 추구해야만 하는 구조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계속해서 경제적 가치를 좇고 추구해야만 하는 현실에 놓여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돈에 목줄 잡히지 않고 자유롭게 누리고 싶은 욕구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중략)
경제적 자유가 종종 ‘일도 하지 않고, 금융소득으로만 놀고, 먹는 삶’을 지향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청년을 수식하는 용어로 차용되곤 하지만 경제적 자유라는 관념은 사실 일을 하지 않는 것과는 큰 연관성이 없다. 경제적 자유를 얻은 뒤에도 경제 외적 가치를 위해 일을 그만두지 않겠다는 청년의 목소리를 미루어 볼 때, 경제적 자유라는 관념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쩔 수 없이 돈을 주인으로 섬기는 게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겠다는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본능의 표현이다.
『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 335-336쪽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급진화’시킬 수 있을까? 가 요즘 나의 큰 고민 지점이다.
즉 경제적 자유란 직장에 매여 있지 않고 나의 시간을 온전히 나의 ‘자유 의지’로 설계하는 삶을 뜻한다. 미국 2030 청년 직장인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파이어족’의 한국판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마치 돈이 내 인생의 우선순위가 되지 않는 듯한 인상을 풀풀 풍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런 부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돈 냄새’에 민감한 습성을 자기 규율 삼아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만 한다. 물질을 초월하는 게 아니라 정복하겠다는 계획이다. 돈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의 부를 손에 넣고 나면 비로소 자유로워지겠다는 셈인데, 이게 과연 자유의 진정한 모습일까? 경제적 성취 이전의 삶을 스스로 노예의 삶으로 저당 잡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이와 동시에 경제적 자유는 ‘제발 돈 때문에 그만 울고, 괴롭고 싶지 않다’는 인간의 심리를 드러내기도 한다.
『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 167-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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