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커피를 가려내기 위한 나의 기준 혹은 편견
커피를 매우 좋아하게 된 지는 사실 1년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커피에 관한 이런저런 까탈은 놀라울 정도로 많아져 버렸다.
하지만 이런 까탈이 마냥 쓸모없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끔 잡지 같은 데서 ‘맛있는 커피숍을 알아보는 방법’ 따위가 소개되면 꼬박꼬박 읽어 보지만, 대체로 음식점으로 치자면 ‘음식재료가 말라비틀어지지는 않았고, 화학조미료를 삽으로 퍼 넣지는 않는 곳’ 정도를 기준으로 말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 마셔 보면 맛있는지 맛없는지는 금방 아는 것인데 그런 기준 같은 게 굳이 필요하나 싶지만, 아무래도 새로운 커피숍을 찾아야 할 때는 어느 정도는 기준이 필요한 법이다. 1년 반 동안 쌓인 까탈의 결과로 내게도 나름의 기준이 생겼는데, 사실 기준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편견에 가까운 것이다. 하지만 이런 편견도 나름 도움이 되는 면은 없지 않다고 생각해서 소개한다. 어디까지나 편견인 만큼 걸러서 받아들이시되, 맛있는 커피를 찾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1. 커피숍의 메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가짓수가 많은 경우.
가장 합리적인 편인 편견에 속하는데, 메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이면 만드는 사람도 그 조리법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숙달하기 어렵다 생각한다. 물론 바나나라테, 딸기라테, 고구마라테 이런 식으로 만드는 방법이 비슷한 메뉴가 많은 경우라면 예외.
2. 커피 외의 보조메뉴가 많은 경우.
커피도 보조메뉴도 맛이 없다. 특히 온라인에 널려 있는 블로그에서 소개 글이랍시고 (커피 얘기는 없고) “빵이 참 맛있었다.” 같은 걸 적어 놨으면 십중팔구 빵은 맛이 없고 커피는 최악이다. (여담이지만 이런 블로그들은 정말 믿을 게 못 된다.) 물론 빵도 커피도 맛있는 커피숍은 얼마든지 있지만(예컨대 서울 이태원의 ‘보통’), 대개 그런 곳은 빵을 잘 만드는 곳에서 받아서 쓰거나 빵과 커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만큼 규모가 큰 곳이다.
3. ‘직접 커피 볶는 집’ 따위의 문구를 크게 써 붙여 놓은 경우.
커피를 직접 볶는다는 건 결코 자랑이 될 수 없다. 한국에는 유독 로스터리숍이 많은데, 쓸데없는 욕심 부리지 말고 로스팅이면 로스팅, 추출이면 추출 한 가지만 집중했으면 한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커피숍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하는 부산대 ‘커피 어웨이크’의 경우가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좋은 사례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못하는 게 아니라 잘함에도 ‘더 잘하기 위해’ 안 하는 경우.
4. 로스터가 부적절한 위치에 있는 경우.
3에 해당하는 커피숍들이 특히 그런데, 소위 ‘디스플레이’에만 신경을 써서 로스터가 부적절한 위치(매장 창문가에 떡하니 놓여 있다거나)에 있는 경우가 많다. 로스팅은 분명 분리된 공간에서 집중해서 해야 함에도 말이다. 음식점에서 음식재료를 식사테이블 옆에 떡하니 펼쳐 놓고 다듬고 있는 꼴이다. 물론 예외도 있긴 했는데, 부산 장산역 근처 ‘카페 쿠오레(안타깝게도 문을 닫았다.)’가 그랬다. 매장이 워낙 좁아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듯한데, 그렇다 해도 로스팅은 과감히 포기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늘 들던 곳이다.
5. ‘100% 아라비카’, ‘최상급 원두’ 따위의 표현을 쓰며 광고하는 경우.
‘최상급’의 기준은 무엇인가?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SCAA 평가 같은 식의 구체적 내용 없이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최상급’이다. 그리고 ‘100% 아라비카’는 더는 자랑이 될 수 없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역시나 편견이 섞여 있지만, 오히려 저런 광고를 하는 커피숍은 대개 평균보다 맛이 떨어지던 경험이 있다. 자랑하려면 자랑거리가 될 만한 게 있어야 한다. 자랑거리가 없는데 자랑을 하고자 하니 저런 무리수가 나오지 않나 싶다.
이렇게 다섯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는데, 사실 이것도 ‘맛있는 커피’를 가리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결국, 매번 마셔 보는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불필요한 시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나름 유용한 기준(혹은 편견)이라 생각한다.
2026년 11월 2일에 추가:
그사이 한국의 커피 신은 엄청나게 발전했고, 맛있는 커피숍도 너무나 많아졌다. 그런데도 이 기준이 여전히 통한다는 게 신기하다. 다만 2번은 지금은 예외인 것 같다. 빵도 커피도 맛있는 곳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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