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마시기 위한 팁
그냥, 왠지 써 보고 싶어서. 관심이 가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기에 집에서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마시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다음과 같다.
- 좋은 품질의 신선한 원두
- 그라인더
- 물을 끓이기 위한 전기포트
- 온도계, 전자저울, 계량컵, 타이머
- 커피를 만들기 위한 기구
번호는 맛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도 순이지만, 사실 다섯 가지 다 필요하다.
1번이 가장 중요하다. 질 떨어지는 원두에서 좋은 맛이 날 리 없고, 질이 좋은 원두라도 오래되면 담뱃재 냄새 비슷한 역겨움만이 남을 뿐이다.
2번, 그라인더도 필수다. 커피숍에서 앉아 있다 보면 보이는 제일 안타까운 사람은, 기껏 좋은 원두를 사러 와서는 “갈아 달라”고 주문하는 사람이다. 갈아 놓으면 1번 조건이 깨지게 된다. 2~3일도 못 버틴다. 나도 한때 “갈아 달라”고 주문해 본 적이 있었지만, 일단 갈고 난 후에는 무슨 수를 써도 맛의 빠른 변질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라인더는 필수다. 그때그때 갈아 먹어야 한다. 손으로 돌리는 그라인더(핸드밀)도 좋지만, 팔 힘이 약하거나 매번 힘 쓰기 귀찮은 분들에게는 전동 그라인더를 추천한다. 바라짜 마에스트로 정도의 그라인더만 되어도 에스프레소 외의 커피 종류는 다 만들어 마실 수 있는데, 18만 원 정도 한다. 그 이하 가격의 전동 그라인더는 사실상 믹서기나 다름없어서 권하고 싶지 않다. 돈이 없으면 차라리 핸드밀을 사는 것이 낫다. 핸드밀은 3~5만 원 정도에 살 수 있다.
3번. 전기포트가 아니더라도 가스불이라든가 하여간 물을 끓일 수만 있으면 된다. 정수기의 온수는 금물이다. 아무리 뜨거워 봐야 80도도 채 되지 못한다.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90도~95도 정도의 뜨거운 물이 필요하다.
4번. 네 번째라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1, 2, 3이 잘 갖춰지면 4번을 못 갖춰도 그럭저럭 맛이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중요하다. 커피는 음식이고, 음식은 정확한 레시피가 생명이다. 전기포트에 물을 끓이고 난 직후에 온도를 재어 보면 97도쯤 된다. 최소 2도에서 7도 정도까지 온도를 떨어뜨려야 한다. 감으로 절대 모른다.
5번. 기구가 없으면 1~4번까지 다 갖춰도 커피를 만들 수 없겠지만, ‘맛’에 끼치는 영향은 다른 문제다. 여기서부터 ‘취향’이다. 취향 따라 기구를 고르면 된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기구를 꼽자면,
- 프렌치 프레스 혹은 에스프로 프레스
- 하리오 V60 혹은 칼리타 웨이브.
프렌치 프레스는 커피 본연의 맛을 잘 살릴 수 있는 좋은 도구다. 차를 우려내듯 커피를 우려내기 때문인데, 좋은 원두라면 다양한 맛을 제대로 살려낼 수 있다. 반면 질이 나쁜 원두라면 원두의 단점도 그대로 살아난다. 거듭 말하지만, 좋은 원두는 필수다. 프렌치 프레스의 단점은 온도가 빨리 떨어진다는 것과 미분이 많이 남아 텁텁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인데, 이 단점을 보완한 것이 에스프로 프레스라는 제품이다. 나온 지 몇 년 되지 않은, 소위 최신 트렌드인 ‘핫한’ 제품이다. 이중 마이크로 필터로 미분을 잘 걸러 내고, 스테인리스로 만들어 온도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온도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 점은, 컵에 따랐을 때 바로 마시기 좋은 온도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단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단점은 가격이다. 프렌치 프레스의 10배 가까이 하는 가격이 문제다. 그래서 대개는 그냥 프렌치 프레스로 만족하는 편이 낫다.
하리오 V60나 칼리타 웨이브는 ‘푸어오버 드립’을 위한 도구이다. 프렌치 프레스가 커피 기름도 함께 추출이 된다면, 푸어오버 드립은 종이 필터를 거치기 때문에 맛이 좀 더 깔끔해지는 편이다. 푸어오버 드리퍼들은 복잡한 기교 없이 물을 부어도 적당히 드립이 잘 된다. 푸어오버 드립을 위해서는 저울, 온도계, 타이머가 필수적이다. 물의 온도와 무게, 시간을 맞추어 정확히 계량화된 추출을 하기 위해서다. 물론 프렌치 프레스든 어떤 도구든 계량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소위 말하는 ‘핸드 드립’과 비교했을 때 더욱 계량이 중요하다는 거다. 핸드 드립과 푸어오버 드립은 사실 같은 말이나 다름없고 ‘핸드 드립’이 제대로 된 영어가 아닌 것일 뿐이지만, 좀 구분해서 쓰이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소위 칼리타(‘칼리타 웨이브’ 말고. 마트 같은 데 가면 파는 드리퍼의 90% 이상이 칼리타이다. 흔히 볼 수 있는 것.)나 멜리타 같은 드리퍼로 ‘기교’를 부리며 내리는 걸 ‘핸드 드립’이라 부르는 편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그런 방식에 회의적이다. 같은 원두를 각각 칼리타와 하리오 V60로 내린 것을 블라인드 테스트 해 본 적이 있는데, 맛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그렇다면 훨씬 간편하고 변수를 통제하기 쉬운 하리오 V60가 낫지 않은가?
프렌치 프레스나 하리오 V60가 아니면, 냉침식 커피도 생각해 볼 만하다. 하리오 사에서 나오는 ‘미즈다시’라는 제품이 괜찮다. 커피를 냉장고 안에서 차가운 물에 8시간 정도 우려내서 마시는 건데, 원두의 품질이 좋다면 마찬가지로 괜찮은 결과물을 보여 준다.
집에서의 즐거운 커피 생활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2026년 11월 2일에 추가:
2016년 무렵부터는 하리오 V60만 써 왔고, 다른 추출 도구는 거의 쓰지 않게 되었다. 2025년부터는 하리오 V60 네오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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