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 감상평
영화 〈캐롤〉을 봤다. 올해 처음 본 영화인데, 이런 멋진 영화로 첫 시작을 할 수 있어서 기뻤다. 두세 달에 영화 한 편 볼까 말까 해서 그런지 본 영화 ‘리스트’에 은근히 신경을 쓴다. 리스트에 멋진 영화만 들어 있어야 한다는, 뭐 그런.
개인적으로는 배울 점이 많은 영화였다. 두어 번 더 봐야겠다. 과연 배울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서며 좌절감도 들지만….
이동진 평론가가 라이브톡에서 했다는 발언이 논란이던데, 녹취록 전문(현재는 접속 불가)을 읽어 보니 그렇게 비난받을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2026년 11월 4일에 추가: 당시 라이브톡에서 〈캐롤〉을 해설하며 “하필이면 캐롤이 여자였다”고 한 대목이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낸다는 비판이 있었다.)
원작 소설과 비교를 하며 이동진에게 반박을 하는 분들이 많던데, 1950년대에 나온 소설이 2010년대에 영화로 만들어지는데 소설을 그대로 옮겼으리라 생각하는 건 지나친 것 아닐까. 이 영화는 1950년대에 만들어진 1950년대 배경의 영화가 아니라, 2010년대에 만들어진 1950년대 배경의 영화라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이 영화는 ‘한국’ 영화도 아니다. 영국, 미국, 프랑스. 성소수자 해방 운동의 역사도 깊고, 사회적 인식과 제도도 그런 운동의 성과로 이미 상당히 많은 변화를 거친 나라다.
그러다 보니 그런 반박을 하시는 분들이 전제하고 있는 해석을 상상해 보고 있노라면, 이 영화가 너무 진부하게 느껴질 것 같다. 여기가 ‘한국’이다 보니 이동진의 발언을 호모포비아적으로 해석하시며 분개하는 것이 이해 안 되는 건 아니긴 하지만….
이동진이 라이브톡에서 토드 헤인즈의 필모그래피를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런 반박이 전제하고 있는 해석이 진부하다는 내 생각이 더 확실해졌는데, ‘〈파 프롬 헤븐〉 같은 영화도 이미 만든 데다가 〈아임 낫 데어〉 같은 실험적인 영화도 만든 감독이?’ 싶은 것.
트위터에서 검색해 보다 발견한 한 트윗이 내 생각과 비슷하게 잘 정리해 주는 듯싶어 옮겨 본다.
캐롤과 관련한 발언에 이동진을 공격하는 사람들의 요지는, [여자 와 여자]의 사랑을 [사람 과 사람]이란 거대담론으로 눙치지 말라는 것 같은데, 영화를 보면 정말 [사람과 사람]의 보편적 사랑이야기에 방점이 있다.
‘네가 여자여서 좋아! 여자여야만 좋아!’.라는 목소리는 그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져 있다. 영화를 본 후의 감동은 그 동성애적 코드에 대한 이해와 감정이입이 빠진 채로는 불가능하다. 자연스레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진다는 말이다.
그런데 굳이 [여자 대 여자]의 이야기로 인정하라고 이동진을 공격하는 것은 과도한 피해의식이 아닐까.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는 ‘사람’이란 카테고리를 벗어나기라도 한단걸까. 오히려 범주를 좁히고 고립시키는 모양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