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아니라 소유의 문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에서 알파고가 3연승을 했고, 나도 (가족들과 경기 결과에 내기를 걸어서) 관심이 있었던 데다가 주변에서도 하도 얘기를 많이 하니까, 생각을 좀 정리해 보고 싶다. 주되게 ‘기계가 인간을 전부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식의 얘기에 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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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발전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특정한 소수만이 기계를 소유하고 있다는 게 진정한 문제다. 스티븐 호킹은 기계가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생산하게 되면 결과는 그 부가 어떻게 분배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기계 소유자들이 재분배에 반대하면 대다수는 비참하게 가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2015년 레딧 질의응답). 호킹의 말을 마르크스주의 용어로 다시 표현하자면, ‘자본주의적 소유 관계’가 진정한 문제인 것이다. 기계가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게 된다면, 인간은 그저 하고 싶은 일만 하며 편하게 지내면 될 일 아닌가? 그러지 못하는 것은 기계 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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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모두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가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 증기기관차의 발명으로 수많은 인력거꾼이 해고되었지만, 한편으로 증기기관차의 발명은 어마어마한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단지 ‘그래, 기차를 만들고, 철로를 놓고, 기차를 운전하는 일자리가 생겼겠지’라고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더 많은 생산, 더 많은 생산, 그로 인한 더 많은 철도, 더 많은 철도, 더 많은 열차, 더 많은 열차. 풀어서 설명해 보자면 이렇다. 증기기관차 한 대가 인력거꾼 300명을 대체한다고 치자. 그리고 증기기관차 한 대를 만드는 데는 노동자 30명이 필요하고, 수리하는 데는 10명이 필요하며, 운전하는 데는 3명이 필요하다고 치자. 그러면 사회 전체로 볼 때 257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일까? 아니다. 증기기관차 한 대만 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증기기관차 100대가 있으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이윤을 벌어들일 수 있을 텐데? 따라서 계산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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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발전하고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는 ‘이윤’을 위한 체제이지, ‘기술 발전’을 위한 체제가 아니다. (물론 자본주의라는 체제의 특성이 그 이전 어느 체제하고도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기술 발전을 추동해 왔다.)
오늘 아침에 스타벅스 커피를 한 잔 마셨으니, 이걸 예로 들어 보자. 스타벅스는 2012년부터 커피를 내리는 과정을 전자동화했다. 엄밀히 말해 스타벅스의 바리스타는 (커피를 내린다는 의미에서) 바리스타가 아니고, (그라인딩하고 탬핑하고 하는 등등의 동작 없이) 그냥 기계의 버튼을 누르면 커피가 나온다. 여담이지만, 이는 (다른 브랜드 커피숍과 비교할 때) 훨씬 일관된 맛을 제공한다. 내 입맛에는 맛이 없긴 한데, ‘일관된 맛없음’이다. 그래서 스타벅스를 좋아한다. 어느 지점을 가나 일관되게 맛없을 거라 기대할 수 있다. 다른 브랜드 커피숍은 그렇지가 않다. 사람이 하다 보니 ‘들쭉날쭉한 맛없음’이고, 전반적 ‘소비자 경험’으로 볼 때 스타벅스보다 나쁘다.
그런데 왜 다른 브랜드 커피숍은 스타벅스를 따라 하지 않고 여전히 ‘반자동 기계 + 바리스타’를 유지하는가? 내 생각엔, 그게 더 싸니까! 스타벅스에서도 여전히 바리에이션 메뉴는 바리스타가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까지 기계로 대체할 수는 있겠지만 아직은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런데 이건 커피를 내리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전자동 기계를 도입하는 것보다(어차피 그래도 여러 가지 이유로 바리스타들을 고용하기는 해야 한다, 더 적은 수겠지만)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알바’ 바리스타들이 반자동 기계로 커피를 내리는 것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더 큰 이윤을 가져다준다고 대체로 커피 산업 자본가들이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만약 기계가 많은 노동력을 대체해서 (지금 사람들의 호들갑 섞인 우려대로) 엄청난 수의 실업자가 양산되게 되면, 이런 현상은 더 두드러질 것이다. 훨씬 더 적은 임금을 받고도 일할 사람들이 넘쳐난다면, 굳이 더 최신의 기계를 도입하지 않는 게 자본가에게 더 이득일 수 있다. 자본가들은 경쟁하는 존재이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더 발전된 기계를 도입하지만, 마찬가지 이유로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에는 그게 더 암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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