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싫어하는 이유
눈을 싫어한다. 눈이 거의 오지 않는 부산 출신에다가, 군대 같은 데서 눈 치울 일도 없었는데도 그렇다.
물론 눈(snow)을 눈(eyes)으로 보는 건 좋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 수가 없다. 온갖 것들이 그 하얗고 차가운 것에 달라붙어 따라온다.
눈이 오면 바닥이 미끄럽다. 2010년 말 어느 날 아침, 눈이 내리는데 ‘눈 정말 싫다…’ 생각하며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걷다가 미끄러져서 왼쪽 손목 뼈에 금이 갔다. 한 달 동안 고정 장치를 하고 다녀야 했다.
눈이 오면 춥다. 부산 출신인 나는 겨울에도 영상 4-6도 정도 되는 날씨가 익숙하지, 그보다 더 추운 날씨는 견디질 못한다. 상식으로 알고들 있겠지만, 눈은 영상 4-6도보다 더 추운 날씨에 온다.
눈이 녹으면 지저분하다. 도시의 온갖 매연을 머금어 시꺼멓게 변한 채 질척거리는 눈을 보면 정말이지 싫다. 발에 닿았을 때의 그 질척한 느낌도 싫다.
그러니까 눈이 좋으려면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밖에 나가지 않은 채 따뜻한 실내에서만 눈을 보는 것이다. 모든 게 실내에서 해결 가능하다면, 눈이 그다지 나쁘진 않을 것이다. 눈을 눈으로만 보는 거니까.
그건 거의 불가능하다.
…라고 1주일 전에 쓰려고 했는데 요즘은 실내에서만 지낸다. 그래서 어젯밤 내린 눈을 보니 기분이 좋다. 사람 사는 일 정말 모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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