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는 되고 망년회는 안 되는 이유

‘망년회’라는 말이 일본어투라며 ‘송년회’라고 고쳐 쓰라고들 많이 말하던데, ‘망년회’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송년회’와는 좀 다르다고 생각하다 보니 영 아쉽다.

그런데 대다수 한국인들은 일본어투에 유난히 예민한 것 같다. 영어에서 온 외래어는 엄청나게 많지만 아무도 그걸 고쳐 쓰자고 하지 않는데 말이다. 아마 식민 지배의 기억 탓이리라.

좀 더 생각해 보니 ‘스시’니 ‘돈부리’니 하는 단어는 많이들 쓴다. ‘초밥’과 ‘덮밥’이라는 한국어 대체어가 있음에도 말이다. 대체어까지는 아니지만 비슷한 음식에 붙이는 한국어 단어가 존재하는 ‘오뎅(어묵탕)’, ‘우동(가락국수)’은 뜻이 어긋날 위험(예컨대 우동과 가락국수는 완전히 같은 음식은 아니다)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어로 쓰라고 지적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말이다.

이런 차이가 왜 생기는 걸까 고민해 보니, 한국인들은 ‘우리 것이 아닌데 우리 것인 척하는 일본 것’을 싫어하는 듯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스시나 돈부리는 누가 봐도 일본어임을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동? 좀 애매하다. 망년회? 누가 말해 주지 않으면 일본어투인지 알기 어렵다.

우리 것인 체하는 일본 것은 식민 지배 때 들어온 말처럼 식민 지배와 직접 연관된 경우도 많고, 그렇지 않더라도 식민 지배를 연상케 하니 싫어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망년회 자리를 자주 갖고 싶은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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