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라인을 해친다고? 쾰른 이슬람 사원 건축 논란과 이슬람 혐오
이슬람 혐오 문제를 볼 때면 볼 때마다 정말이지 ‘상식’ 밖이라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독일의 이슬람 쾰른중앙성원을 둘러싼 2000년대 당시 논란에 대해서 오늘 우연히 기사를 찾아보게 됐다. 쾰른중앙성원은 2007년엔가 착공해서 2017년에 완공된 모스크인데, 독일에서 가장 큰 모스크라고 한다.
이슬람 혐오자들의 반대 시위가 있었고, 쾰른 시의회에서 논의 끝에 허가를 내줘서 공사를 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허가를 내주니 마니 했던 ‘공식적인’ 이유는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모스크에는 보통 첨탑(미나렛)을 세우는데, 그 첨탑의 높이가 55m로 무척 높아서 그랬다고 한다.
55m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왔다. 부산 우리집에서 북쪽으로 차를 타고 15분 정도 가다보면 한국 최대의 좌불상이 보이는데, 그 높이가 21m라고 한다. 그 불상은 건물 위에 얹혀져 있는데, 건물 높이까지 합하면 45m라고 한다. 실제로 보면 그 불상은 정말이지 압도적으로 크긴 하다. 아무래도 같은 높이라도 동상은 탑보다 훨씬 커보일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첨탑의 높이가 55m면 높긴 높은 건가 싶었다.
내가 스카이라인 계획 따위는 개나 줘버린 도시(=부산) 출신이라 그런지, ‘얼마나 스카이라인을 해치길래…’ 하고 그래도 사진을 한번 찾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찾은 사진이 아래 사진이다.
혹시나해서 말하지만,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이 쾰른중앙성원이 아니고, 앞에 보이는 건물이다.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은 쾰른대성당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톨릭 성당이다. 엥?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그렇다. 독일 정도가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높다.
쾰른은 아니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개신교 교회도 독일에 있다. 독일 울름에 있다고 한다. 우리의 관심사는 쾰른의 스카이라인이니 쾰른으로 다시 돌아오자. 아까 말한 쾰른대성당(157.4m) 외에도, 헤르츠예수교회(83m), 쾰른그리스도의교회(77m), 그로스성마르틴교회(75m), 이렇게 네 개가 쾰른에 있는 교회와 성당 중 75m 이상 되는 건물을 갖고 있다. 안타깝게도 55m~75m 높이의 종교 건물은 쾰른에 몇 개 있는지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75m가 넘는 종교 건물이 쾰른에만 네 개가 있고 그 중에 하나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모스크의 첨탑이 55m나 된다니 그건 너무 높다는게 쾰른 시의회의 고민이었나 보다. 게다가 사진에서 알 수 있듯 모스크 건물 자체는 첨탑보다도 더 작지만 말이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쾰른중앙성원의 첨탑은 두 개다. 내가 알기로 모스크의 첨탑이 두 개라는 것은 국가의 지원을 받은 것을 뜻하는 경우가 많기에, 한번 확인해봤다. 물론 부당하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현실에서는 돈을 주는 놈이 시키는대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쾰른시나 독일 정부가 돈을 지원해준건 아닐까 궁금했다.
터키 국가 종무국의 지원과 884개 무슬림 단체들의 모금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독일 정부는? 쾰른시는? 물론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세상에는 돈을 주지 않고도 이래라저래라 하는 놈들도 많다.
물론 세상살이를 잘 아시는 분이라면 ‘공식적인’ 이유는 핑계일 때가 많다는 것도 잘 아실 것이다. 쾰른중앙성원을 둘러싸고 이슬람 혐오자들은 더 노골적으로 많은 말을 했는데, 몇 개만 소개해보겠다.
독일 작가 랄프 조르다노는 쾰른중앙성원이 “우리 땅이 슬금슬금 이슬람화”되고 있는 것을 뜻한다며 이건 “선전포고”이고 자신은 길거리에서 머리스카프를 쓴 여성은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 여성들이 “인간 펭귄” 같아 보인다면서 말이다. 랄프 조르다노의 친구라는 독일 작가(이자 언론인) 헨리크 브로더는 “인간 펭귄”이라는 표현은 너무 심했다면서도 “모스크는 교회나 시나고그[유대교 회당]과는 다르다. 모스크는 하나의 정치적 주장”이라고 거들었다. 지금 나는 장삼이사의 말을 소개하는게 아니라 독일 내에서 유명한 작가들의 말을 소개하고 있다.
어쨌든 다행히도(?) 쾰른중앙성원은 완성됐다. 55m짜리 첨탑도 애초 계획대로 세워졌고. 쾰른중앙성원이 아직 다 지어지지 않았을 2009년 독일 옆나라 스위스에서 있었던 일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2009년 스위스에서는 국민투표로 이슬람 첨탑을 금지하는 내용을 헌법에 포함시켰다. 그 헌법 조항은 2021년 현재까지도 존속하고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계법제정보센터(대한민국 법제처 소속)의 번역본이다.
제72조(교회와 국가)
교회와 국가 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것은 주의 관할 사항이다.
연방과 주는 각각의 권한의 범위에서, 다양한 종교적 공동체 구성원 사이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이슬람 첨탑 건설은 금지된다.
진짜 헌법이 이렇다고? 그렇다. 프랑스어 원문을 봐도 미나렛(이슬람 첨탑)만 콕 집어 금지하고 있다(“La construction de minarets est interdite.”).
2009년 당시 스위스에 이슬람 첨탑이 얼마나 많았냐면 무려 네 곳의 모스크에 첨탑이 있었다. 스위스 내 모스크는 전부 150여개 정도였다. 첨탑이 있으면 모스크인 것을 쉽게 추측 가능하므로, 이슬람 혐오 세력의 공격을 두려워 할 수밖에 없는 유럽의 많은 모스크에는 첨탑이 없는 경우가 많다.
스위스의 이슬람 혐오자들은 첨탑 단 네 개도 허용할 수 없었다. 독일의 이슬람 혐오자들도 그럴테다. 처음에는 단지 첨탑이겠지만, 이슬람 혐오에 반대하는 우리가 그들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마지막은 가스실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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