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주의’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1932년 건국된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은 와하비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정부의 공식 견해는 문자 그대로의 코란 해석에 근거하여 헌법이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란은 법에 대한 내용이 별로 없으므로 실제로는 더욱 복잡한 법체계로 보충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사우디 정부는 아라비아 반도의 순수한 이슬람 후계자라고 선포하였고, 울라마는 국가의 정통성을 승인했다. 그 대가로 사우디 국왕들은 이슬람의 보수적인 가치관을 국가 운영에 적용해야 했다. 여성은 격리되었고(예언자 무함마드 시절에 없었던 일이지만), 도박과 술은 금지되었으며, 절도범의 신체 훼손 같은 전통적인 처벌도 사법체계에 포함되었다.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와 조직은 이러한 전근대적인 형벌 관습을 유지하는 것을 코란에 충실한 행위로 보지 않고 있다. 무슬림 형제당은 초기부터 사우디의 이러한 이슬람적 형벌이 부적절하고 낡아빠진 것이며, 통치 엘리트의 과도한 부와 부의 불평등한 분배가 훨씬 더 코란의 가치체계와 충돌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카렌 암스트롱, 『⁠이슬람』

이슬람주의를 거칠게 정의하자면 ‘이슬람과 정치의 결합’이다. 그래서 이슬람주의를 ‘정치적 이슬람’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기독교, 불교가 그렇듯 당연히 이슬람교도 세계 주요 종교로서의 특징을 갖고 있다. 어떤 종교가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회의 생산양식이 극적인 변화를 겪는 동안에도 살아남고 전 세계로 퍼져 수십억 명의 신자를 두려면, ‘유연’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같은 세계적 종교는 그 일반으로 좋게 말하면 유연하며 해석의 여지가 많고, 나쁘게 말하면 애매모호하고 시대와 계급에 따라 극과 극으로 해석이 나뉠 수 있다. 이러한 종교는 전부 봉건제를 위한 종교이기도 하면서 자본주의를 위한 종교이기도 하고, 부자를 위한 종교이기도 하면서 빈자를 위한 종교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슬람과 정치의 결합’으로서 이슬람주의도 그 자체로는 말해 주는 게 거의 없다. 그 이슬람주의자는 자신의 이슬람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이 문제에 답하지 않고서는 답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우디 왕정도 이집트 무슬림형제단도 크게 보면 전부 ‘이슬람주의’ 세력이지만, 위에 발췌한 내용과 같은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를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슬람주의가 제아무리 좌파적 버전을 취하더라도, 자본주의를 혁명적으로 폐지하는 대안 같은 건 결코 내놓을 수 없다. 사실 그보다도 훨씬 덜한, 서구의 주류 사회민주주의와 비슷하게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정도가 그들의 최선이었다. 문제는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이 집권 후 처절하게 실패하면서 보여 줬듯, 그런 대안은 오히려 몽상적이고 자신을 지지한 노동계급과 민중을 배반하는 것으로 끝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이슬람주의를 올바르게 이해하되, 우리의 대안은 늘 혁명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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