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백인인가?』 서평

aladin.co.kr 누가 백인인가? | 진구섭

진구섭이 쓴 『⁠누가 백인인가?』를 읽었다.

진구섭의 『누가 백인인가?』 책과 에스프레소 잔이 회색 대리석 무늬 탁자 위에 놓여 있다

인종차별의 원인을 분석하는 관점이 썩 좋지 못하기 때문에 그 점에서는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의 인종 감별 잔혹사”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인종이 만들어진 개념이고 백인종과 다른 인종을 구분하는 게 얼마나 자의적이고 많은 변화를 겪어 왔는지 그 역사를 구체적으로 알려 주는 점이 많아서 (한국어가 모국어인 독자 한정으로) 읽어볼 만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몇 번 언급되는, 미국의 인종차별 반대 운동가 두 보이스는 노동자들이 갖는 잘못된 인종차별적 특권 의식을 ‘심리적 임금’이라고 묘사한 적이 있다. 이 책의 저자도 그 점을 지나가듯이 언급하기는 하지만, ‘심리적 임금’이 실제의 물질적 이득이 아니라는 핵심은 비껴간다. ‘심리적 임금’은 오히려 노동자에게 실제의 이익을 주지 못하고 노동계급 전체의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든다.

그래서 두 보이스는 미국의 인종차별에 대해 이렇게 지적한 바가 있다.

아마 오늘날 세계 어디서도 사실상 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두 집단의 노동자들이 이토록 서로 깊이 증오하고 두려워하는 곳은 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두 보이스를 몇 번 등장시키면서도 노동자들이 “사실상 같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는 그의 견해는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이 책은 백인 노동자들이 ‘유색인’ 노동자를 배척한 역사를 여러 차례 보여 줌으로써 마치 백인 ‘일반’이 인종차별에서 실제로 이득을 얻는 것 같은 인상을 독자들에게 주곤 한다. 그런 점에서 비판적으로 읽을 필요가 좀 큰 책이긴 하다.

개인적으로는 아일랜드인에 대한 차별의 역사가 흥미로웠다. 아일랜드인이 미국에 많이 이민 올 당시 이들은 ‘백인’으로 분류되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아일랜드인 대부분이 가톨릭을 믿는다는 이유로 이들을 “교황의 명령을 받아 미국 학교와 시장, 정치권 등을 접수하기 위해 온 것처럼 그린” 신문이나 잡지가 많았다고 한다. “교황의 권위를 세속 정부 위에 놓는 가톨릭 교리는 미국 정치의 이상과 상충된다”며 말이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오늘날 무슬림들이 이와 똑같은 종류의 비난에 시달린다!

더 재미있는 건 이후 수십 년 만에 아일랜드인들은 ‘백인’으로 편입됐고, 이번에는 남유럽과 동유럽 출신 이민자들이 백인과 흑인 사이의 ‘중간 인종’ 취급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들의 피부가 북유럽인에 비해 다소 검은 등 외모 차이가 난다는 것이 “인종이 다르다”는 주장에 동원됐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이 책은 인종이 만들어진 개념이라는 것을 역사를 통해 알려 준다. 그 점에서는 읽어볼 만한 책이지만, 인종차별의 원인에 대한 분석은 썩 좋지 못하다는 점을 함께 밝혀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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