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서평
마이크 데이비스가 쓴 『조류독감』을 읽었다. 이 책은 2005년에 나왔고, 한국어판은 2008년에 나왔으며 이미 절판됐다. 예전부터 여러 번 추천을 받았던 책인데, 왜 이제야 읽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코로나19 훨씬 이전부터 이 책을 여러 차례 읽어보라고 권했던 J씨에게 메시지를 보내 “이 책은 예언서인가요?” 하고 농담을 했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인수공통감염이 가능하도록 진화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이 책은 자본주의가 어떻게 대유행병을 직접적으로 촉발하고 대유행병의 원인을 계속 만들어내는지를 풍부한 사례로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그리고 경쟁적 축적이라는 자본주의의 특징은 대유행병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대유행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도 가로막는다.
이 책의 원제는 『문 앞의 괴물』인데, 작년 3월 마이크 데이비스는 코로나19 대유행을 두고 “기어이 괴물이 오고야 말았다”는 글을 썼다. 그 괴물이 데이비스가 2005년에 경고한 인플루엔자는 아니었고, 코로나바이러스였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조류독감이 ‘가상의 위협’일 뿐”이라는 회의주의 진영을 반박하며 “대유행병이 아직까지 출현하지 않은 것은 분명 커다란 수수께끼”지만 “H5N1이 대량 살육자로 변신하는 것을 차단하는 모종의 ‘원인 X’가 존재한다는 증거도 거의 없다. 사태는 오히려 정반대이다.”(201쪽)하고 지적한다.
이 책에는 2003년 사스 사태를 두고 ‘인플루엔자가 아니라 (훨씬 전염성이 약한) 코로나바이러스였기에 다행이었다’는 식으로 짧게 언급한 부분도 있는데, 참으로 섬뜩한 구절이었다. 세계보건기구는 조류 인플루엔자로 최악의 경우 5000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봤다는데, 현재 코로나19 사망자는 공식 통계로 400만 명을 약간 넘겼을 뿐이다.
물론 조류 인플루엔자 그 자체는 ‘가상의 위협’일 수도 있다. 하지만 수백만 명이 죽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겪고 있는 2021년에 『조류독감』을 읽으니, 우리 인류는 그저 운이 너무 좋았을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전염병이 창궐한 시대를 살게 된 것은 바로 자본주의적 발전 때문”이기에, 우리에게는 혁명적 대안이 필요하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