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정부의 ‘방화범’ 여론몰이

기후 위기에 관한 책에 실릴 글 두 편 번역을 완성해서 오늘 아침에 보냈다.

해야 할 게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는 와중에, 며칠 전 알제리 산불 소식을 들었다. 역대 최악의 화재라고 하는데, 알제리 친구를 위로하며 “최근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는 최악의 화재가 기후 변화의 영향인 것 같아서 두렵다”고 이야기하니 “하지만 알제리에서는 기후 변화 때문이 아니라 불을 지른 사람들이 있어서 그랬다”고 답을 들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하고 생각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넘어갔는데, 어제서야 알고 보니 알제리 정부는 현재 ‘방화범’들이 화재를 일으켰다며 여론몰이를 하는 중이다. 방화 용의자 22명을 체포했다고 한다. 오늘 아침 내 친구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는 방화 용의자들을 무릎 꿇려 놓고 거칠게 대하는 경찰들의 영상이 올라왔다.

한국 언론들은 말할 것도 없고, 대다수 언론들이 알제리 정부의 입장을 받아 적기 바쁘다.

알제리는 원래도 산불 위험이 큰 나라다. 하지만 알제리 정부는 화재 위험에 매우 안일하게 대처해 왔다. 2020년에만 거의 4만 4000 헥타르가 불탔고, 지난 6월에도 (이번 화재와 마찬가지로 알제리 북부에 위치한) 켄셸라 주에서 산불이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준비는 없었다.

알제리 정부가 여론몰이를 하는 중이라는 것이야 능히 짐작할 수 있었지만, 《⁠소셜리스트 워커》의 기사가 없었더라면 위의 내용과 같은 구체적 반박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오늘 아침에 번역을 완성해 보낸 글의 저자는 기후 변화가 2030년이 되면 게임이 끝나고 모든 투쟁이 소용이 없게 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기후 변화는 과정이고, 현재에도 ‘진행 중인’ 과정이다.

그러니까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체제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체제 변화’를 만들 시간이 없다는 식으로 대답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본주의 체제는 경쟁적 자본 축적을 특징으로 하고, 이 특징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자연과의 충돌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자본 축적에 있어서 화석 연료가 핵심적 구실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 체제는 결코 이를 포기할 수 없다. 10년이 아니라 30년, 40년이 지나도 자본주의하에서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체제 변화는 가능하다. 2011년 아랍의 봄이 튀니지에서 이집트, 리비아, 바레인, 시리아로 이어졌고, 스페인의 인디그나도스 운동과 미국의 오큐파이 운동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2019년에는 프랑스 노란조끼 운동, 수단, 아이티, 홍콩, 알제리, 푸에르토리코, 칠레, 에콰도르, 이라크, 레바논 등에서 대규모 반란의 물결이 있었다. 무엇보다 기후 변화에 맞서는 학생 동맹휴업 운동도 있었고, 이후 코로나19가 한창인 와중에도 전 세계적으로는 저항이 끊이지 않았다. 세계화로 인해 오늘날에는 반란이 놀라운 속도와 범위로 국제적으로 확산될 수 있고, 자본주의를 타도하는 체제 변화가 한 나라에서 일어날 경우 세계적으로 끼칠 영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글의 저자는 “기후 위기가 심각해짐에 따라, 그리고 기후 난민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권위주의와 파시즘이라는 선택지는 공황 상태에 빠진 지배계급과 몇몇 중간계급 지지자들에게 점점 더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경고한다.

2019년 알제리에서는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의 5선 출마에 반대하며 대규모 반란의 물결이 일어났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비록 전 총리 압델마드지드 테분이 대통령으로 당선했지만, 보이콧으로 투표율은 낮았다. 올해 테분은 조기 총선 실시로 위기 상황을 돌파하고자 했지만, 마찬가지로 보이콧으로 역대 최저 투표율을 보였다. 알제리 정부의 ‘방화범’ 여론몰이는 이러한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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