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마르크스주의의 의미』 서평

aladin.co.kr 오늘날 마르크스주의의 의미 | 폴 더마토

폴 더마토가 쓴 『⁠오늘날 마르크스주의의 의미』를 읽고 있다.

폴 더마토의 『오늘날 마르크스주의의 의미』 책과 검은 접시에 놓인 커피 잔이 회색 탁자 위에 놓여 있다

경제·팬데믹·환경·지정학적 위기 등 자본주의가 삼중, 사중의 위기에 직면한 시대다. 여기에 맞서 싸우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여전히 마르크스에서 유효하고 중요한 길잡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최근에 쓰였기에, 최신 쟁점과 사례를 다루며 오늘날 마르크스주의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말한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사회주의자가 썼기 때문에,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 사람들에게 더 친숙한 사례가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예컨대 이 책은 2008년 경제 위기에 관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을 담고 있고,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덮쳤을 때 평범한 미국인들이 보여 준 연대와 헌신이나 ‘점거하라’ 운동 등의 사례들도 생생하게 다루고 있다.

마르크스주의 철학과 경제학부터 노동계급의 잠재력,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제국주의와 전쟁, 여성·성소수자·인종 차별과 환경 문제에 관한 분석 등 마르크스주의 이론의 모든 것을 자세히 담고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지만, 그런 만큼 두꺼운 책일 수밖에 없다는 건 아쉽다.

저자는 고전 마르크스주의 원전을 풍부하게 인용하는데, 유명한 저작은 물론이고 쉽게 접할 수 없는 구절 인용도 많아 좀 더 탐구하고자 할 때 길잡이로서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이 책의 큰 장점이었다.

예컨대 이 책의 321-322쪽에서는 엥겔스가 『⁠공상에서 과학으로』에서 다음과 같이 쓴 것을 다룬다.

모든 국가 소유가 … 사회주의적이라고 선언하는 … 엉터리 사회주의 사상이 생겨났다. 허나 담배 산업 국유화가 사회주의적이라면 나폴레옹 3세도 … 사회주의 창시자의 하나로 쳐야 할 것이다.

형태가 어떻든 현대 국가는 본질적으로 자본주의적 기구다. 즉, 자본가들의 국가이고 그 나라 총자본의 관념적 인격화다. 국가는 생산력을 더 많이 장악할수록 오히려 더욱더 국가 자본가가 되고 더 많은 국민을 착취할 뿐이다. 노동자는 여전히 임금노동자이고 프롤레타리아다.

이런 풍부한 인용 덕분에, 자칭 ‘사회주의’ 국가들(스탈린 체제 소련, 쿠바, 중국, 북한 등)이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사망한 한참 뒤에 등장했음에도 엥겔스가 그런 국가는 전혀 사회주의가 아니라고 독자에게 직접 설명해 주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원전을 많이 인용한다는 게 꼭 좋을지는 모르겠다. 주석이 많이 달리고 따옴표가 많으면 읽기에 부담스러운 면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덜 압축적이고 더 친절하다는 점에서, 마르크스주의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분명히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르크스주의 입문서 중 크리스 하먼의 『⁠마르크스주의란 무엇인가?』가 이 책과는 대비되는 느낌이다. 하먼의 책은 훨씬 압축적이고, 그래서 책 두께는 얇다. 압축적이고 얇다고 꼭 장점은 아닌 게, 그 책은 (특히 혼자서 읽을 경우) 주마간산식으로 이해하게 될 위험이 없지는 않다. 그래도 크리스 하먼이 간결하게 핵심을 짚으며 쉽게 설명하기에 압축적이더라도 이해하기에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 생각에는 두 책을 함께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 외에도 이 기회에 몇몇 입문서를 소개하자면, 존 몰리뉴의 『⁠사회주의란 무엇인가』와 토니 클리프의 『⁠새로운 세대를 위한 마르크스 정치학 가이드』는 다양한 정치적 쟁점을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다룬 책이다.

입문서라고 하기에는 다소 어렵기에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곧바로 읽는 것을 추천하지는 않지만, 마르크스 사상을 온갖 왜곡과 오해로부터 구해내 혁명적이고 실천적인 사상으로 자리매김하는 좋은 책으로는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카를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이 있다.

마르크스의 가장 뛰어난 저작 『⁠자본론』의 입문서로는 조셉 추나라의 『⁠마르크스, 자본주의의 비밀을 밝히다』를 추천하지만, 마냥 쉽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원전인 『⁠자본론』 자체가 자본주의의 신비를 벗겨내는 책이기에 읽기 쉽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외양만 보기에는 자본주의는 이전의 계급 사회들과 달리 ‘착취’가 존재하지 않으며, 모두에게 평등하게 자유가 보장된 체제인 것으로 보인다(‘누구나 창업을 할 수 있고, 성공하면 상승의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가?’). 『⁠자본론』은 이러한 신비를 벗겨내고 “자본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피를 뚝뚝 흘리면서, 제 몸의 모든 구멍에서 피와 오물을 내뿜으며 태어났다”는 것을 보여 주고자 한 책인 만큼, 어쩔 수 없이 어려운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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