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우 스태그 EKG 전기주전자를 샀다

검은색 구스넥 전기주전자가 사각형 받침 위에 놓여 있다. 받침 모서리의 파란 화면에 95°와 51이 표시되어 있고, 왼쪽에는 검은 그라인더, 아래쪽에는 흰 저울이 보인다

펠로우 스태그 EKG 전기주전자를 샀다.

3년여 전인가, K씨가 아카이아 펄 전자저울을 이용해 커피를 내리고 있는 나를 보고 “커피 내리는 데 저울까지 필요해요?”라고 물어보신 적이 있다.

아는 바리스타 분들과 이야기 나누다가 웃으면서 그 일화를 언급하니 “커피 내리는 데 저울이 필요하냐니, 당연한 얘기를! 저울도 없이 커피를 내린다고요?” 하고 살짝 분개(?)까지 하시는 걸 보고 ‘정말 인식이 다를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에 재미있었다.

사실 바리스타들은 저울은 당연하고 그중에서도 좋은 저울에 신경을 많이 쓴다. K씨한테 차마 “이게 그냥 저울이 아니고요…” 하는 얘기까지는 못했는데, 내가 쓰고 있는 아카이아 펄 같은 경우에도 0.1g 단위 측정은 기본에다가, 무게 변화에 대한 반응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장점이 있어 바리스타들이 애용하는 저울이다. (‘하지만 너는 바리스타가 아니잖아…’ — 대충 신동엽이 김종국을 바라보는 짤)

SBS 〈미운 우리 새끼〉 화면. 신동엽이 옅은 미소를 띠고 있고, 자막에 ‘하지만 너는 가수잖아…’라고 적혀 있다

당연히 이번에 새로 산 전기주전자도, 내가 주전자가 없어서 산 게 아니다. 원래 쓰던 전기주전자도 물줄기 조절이 쉬운 주둥이 모양은 기본에, 10도 단위 온도 조절 정도는 가능한 모델이었다. 하지만 새로 산 건 정말 놀라울 만큼 정밀하게 물줄기 조절이 가능한 데다가 1도 단위 온도 조절과 온도 유지 기능까지… (그만하자.)

모든 취미 생활이 마찬가지이겠지만, 어느 정도 돈을 쓰고 나면 그 이상은 돈이 들어가는 만큼 체감이 확 느껴지고 그러지는 않는다. 나 같은 경우, 예전의 주전자로도 충분히 맛있는 커피를 내릴 수 있었을 거다. 그리고 장비에만 너무 욕심을 내서 본질을 잊어버리는 게 쉽게 찾아오는 실수이기도 하고.

하지만 이게 카메라나 음향기기같이 돈이 엄청 드는 것도 아니고, 실수를 한다고 해서 좀 어떨까 싶기도 하다. (에스프레소 추출이나 커피 로스팅 같은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지지만, 나는 그런 건 포기했다. 진짜다.)

어쩐지 커피가 더 맛있어진 것 같다. 그러면 된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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