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주의와 국가자본주의론』 서평

aladin.co.kr 마르크스주의와 국가자본주의론 | 톰 오링컨

톰 오링컨이 쓴 『⁠마르크스주의와 국가자본주의론』을 읽었다.

톰 오링컨의 『마르크스주의와 국가자본주의론』 책과 검은 접시에 놓인 커피 잔이 회색 탁자 위에 놓여 있다

소련, 중국, 북한 같은 (스탈린주의) 체제를 자본주의와는 질적으로 다르거나 더 나은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좌파들이 적잖다. 반대로 이러한 사회가 자본주의보다 더 열등하다고 보는 사람들도 꽤 많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를 국가자본주의로 보는 이론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적은데, 국가자본주의론은 이러한 국가들이 모종의 사회주의 국가나 노동자 국가라는 주장에 반대하고 자본주의의 변형된 형태일 뿐이라고 보는 이론이다.

국가자본주의론은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우느냐 하는 물음과 밀접히 관련이 있다. ‘사회주의란 무엇이고, 어떻게 이룰 수 있는가?’ 하는 물음 말이다.

국가자본주의론은 서방 진영과 동구권 진영 모두에 반대함으로써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라는 혁명적 전통을 보존·계승할 수 있게 했다. 이 관점은 ‘워싱턴(미국)도 모스크바(소련)도 아닌 국제 사회주의’라는 슬로건으로 요약됐다.

그리고 국가자본주의론은 동구권의 몰락을 사회주의의 실패가 아니라 국가자본주의 체제의 붕괴로 볼 수 있었다. 이후의 시장자본주의로의 변화는 옆걸음이었지, 반혁명이 아니었다. 그와 동시에, 국가자본주의론은 서방 자본주의를 덜 사악한 체제로 보는 견해도 거부했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관점은 무척 중요한데, 지금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제국주의 간 충돌을 어떻게 볼 것이냐에서 가장 극명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좌파는 입장이 갈렸다. 일부 좌파는 러시아의 침공을 반대하는 것을 넘어 서방 자본주의를 지지하고, 또 다른 일부 좌파는 러시아를 미국 제국주의를 견제하는 균형추로 본다.

그러나 노동자연대는 국가자본주의론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을 우크라이나를 볼모로 삼아 러시아와 미국-나토가 벌이는 충돌의 일부로 본다.

또 다른 최근 사건들로는 2019년 홍콩 항쟁과 2021년 쿠바 반정부 시위가 있다. 중국과 쿠바를 모종의 사회주의나 적어도 서방 자본주의에 비해 진보적인 사회로 여긴 일부 좌파는 이 투쟁들을 친서방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노동자연대는 이 투쟁들을 지지했고, 국제적 연대를 건설하고자 했다.

국가자본주의론은 서방 자본주의에도 적용된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 서구 경제의 최소 3분의 1이 국가 부문이다. 그리고 많은 좌파가 국가 부문을 마치 자본주의의 외부에 존재하는 영역처럼 본다. 그래서 국유화를 사회주의와 동일시하며, 선거로 집권해 국유화를 늘려 가면 사회의 근본적 변화가 올 것이라는 관점의 정치에 이끌린다.

그러나 국가자본주의론은 국가가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적 일부라고 보며, 따라서 국유화와 사회주의는 같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국가자본주의론의 정초를 놓은 저작은 유대계 팔레스타인 마르크스주의자 토니 클리프가 쓴 (초판은 1955년에, 핵심 내용을 담은 저술은 1948년에 처음 나온) 『⁠소련은 과연 사회주의였는가?』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마르크스주의 이론과 그 개념들에 익숙하지 않다면 다소 어려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톰 오링컨의 『⁠마르크스주의와 국가자본주의론』은 많은 도움이 되는데,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국가자본주의 이론 전반을 간결하게 정리해 주면서도 심화 학습을 원하는 독자에게 적합”하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까다로운 질문들을 다룬다. 어쨌든 사적 소유야말로 자본주의의 고유한 특성 아닌가? 자본주의라면 마르크스가 말한 가치법칙이 작동하고, 임금노동이 존재하고, 잉여가치를 추구해야 할 텐데, 단 하나의 자본이 모든 산업을 소유하고 기업들 간의 경쟁도 없는 소련 같은 사회에서 가치법칙이 작동할 수 있나? 노동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데 임금노동이 존재한다고? 소련은 잉여가치 대신 사용가치(무기)를 추구하지 않았나? 소련의 경제 위기는 자본주의적 경제 위기와 다르지 않나? 사적 이윤이 없는 사회에서 이윤율이 하락한다고?

저자는 이런 질문들에 답하며 국가자본주의론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뿐 아니라, 국가자본주의론과 관련된 몇 가지 맹점과 논쟁도 다룬다.

이 주제의 성격상 지금 같은 시기에는 아마 소수의 좌파 활동가들만이 이 책에 관심을 갖겠지만,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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