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이슈』 서평

aladin.co.kr 트랜스젠더 이슈 | 숀 페이

숀 페이가 쓴 『⁠트랜스젠더 이슈』를 읽었다.

숀 페이의 『트랜스젠더 이슈』 책과 검은 접시에 놓인 커피 잔이 탁자 위에 놓여 있다

저자는 영국에 사는 트랜스 여성이자 저널리스트로, 이 책의 영어판은 작년 9월에 나왔다. 한국어판이 올해 2월 말에 나왔으니 번역이 무척 빠르게 이뤄진 셈인데, 이 책에는 한국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주장이 많이 담겨 있기에 반가운 일이다.

저자는 의도적으로 책 제목을 ‘트랜스젠더 이슈’로 지었다. 오늘날 미디어에서 ‘트랜스젠더 이슈’란 흔히 ‘트랜스 여성이 여성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느냐’를 둘러싼 협소한 논쟁으로 규정지어지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오늘날 트랜스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사회적·경제적·물질적 문제들, 즉 진정한 ‘트랜스젠더 이슈’를 보여 주고자 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한국을 포함한) 서방 사회에서의 이슬람 차별, 혐오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저자의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서방 사회에 사는 무슬림들이 많이 겹쳐 보였다. 무슬림이 일상적으로 겪는 차별, 천대 문제는 철저히 무시당하고, ‘이슬람은 테러의 종교인가’ 따위의 주제를 ‘논쟁’ 주제랍시고 다루고 있는 답답한 현실이 떠올랐다.

저자가 반자본주의적 지향을 갖고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의 ‘평등’이 아니라) ‘트랜스 해방’을 지향한다는 점도 이 책을 돋보이게 한다. 저자가 지적하듯 “자본주의하에서 트랜스 해방은 있을 수 없다.” 저자는 주류 사회에서 트랜스인들의 ‘가시성’을 지향하자는 전략, 기업들의 다양성 프로젝트(‘핑크워싱’), 트랜스 혐오를 해결한다며 경찰력 강화에 협력하는 것, 의회 로비 전략 등을 비판적으로 다루며 이러한 접근법이 대다수 트랜스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없었거나 오히려 더 큰 문제를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이는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한국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기에 저자의 비판은 여러모로 새겨들을 만하다.

이 책은 LGBT 운동 안에서 LGB와 T 사이의 긴장, 분리주의 페미니즘과 트랜스젠더 사이의 갈등에 대해서도 각각 한 챕터씩을 할애해 자세히 다루는데, 이 또한 한국에서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는 주제이기에 여러모로 유익하다.

이 책은 반자본주의적 지향을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가 부분에서는 좀 모호해 보이는 느낌이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무척 유익하고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았다. 읽으면서 여러모로 울림이 컸다.

우리는 토론과 비웃음의 대상인 ‘문제’나 ‘이슈’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더 완전하게, 자유롭게 살아갈 가능성을 보는 트랜스인들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희망의 상징이다.

3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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