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앞 이집트 난민 농성

어제오늘, 노동자연대 회원들이 법무부 앞 이집트 난민들의 농성장에 지지·응원 방문을 갔다. 나는 어제는 다른 일정이 있어 가지 못하고 오늘 함께했다.

1시간 반 정도 집담회를 가졌는데, 아랍어에 능통한 B씨의 통역 덕분에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법무부 건물 앞 보도에 사람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주에 개인적으로 지지 방문한 후 쓴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분들은 박해를 피해 한국에 온 지 4~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에 지쳐서 네덜란드, 독일, 튀르키예 등 다른 곳으로 떠난 분들도 있는데, 그들은 이미 전부 난민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심지어 한국에서 4년간 난민 인정을 기다리다가 지쳐서 네덜란드로 떠났는데, 도착한 지 13일 만에 난민 인정을 받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면 왜 지금이라도 다른 나라로 가지 않고 한국에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느냐고 잔인한 물음을 던질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물음에 답하기 싫지만 그럼에도 답하자면… 여러 이유가 있지만, 대부분이 여권이 만료돼 더 이상 여권을 쓸 수 없다. 여권을 연장하려면 한국 내 이집트 대사관에 가야 하는데, 정치적 박해를 피해 온 난민들이 대사관에 제 발로 들어갈 수는 없는 법이다. (2018년 튀르키예에서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갔다가 그 내부에서 고문 후 살해당한 사우디의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사례를 보면, 결코 과장된 걱정이 아니다.)

2013년 군부 쿠데타 이후 이집트의 인권 상황은 무척이나 심각하다. 2011년 이집트 혁명을 통해 무바라크를 몰아내기 전까지 독재 30년을 겪었지만, 2013년 이후 상황은 무바라크 때보다 수십 배는 더 심각하다고 한다. 단적인 예로 무바라크 30년간 이집트 전역의 감옥은 40여 개였는데, 2013년 쿠데타 이후 4년 만에 감옥 40여 개가 더 지어졌고 심지어 훨씬 더 큰 감옥들이라고 한다. 수백만 명이 참여한 민중 혁명을 짓밟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만, 수십만 명을 살해, 고문하고 감옥에 집어넣어야 하는 법이니 말이다.

당연히 제대로 된 재판이 있을 리 없고,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한자리에서(!) 형식적으로 재판을 받는다. 그 와중에 탈출에 성공한 소수가, 난민 협약에 가입돼 있고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나라라고 믿어 온 한국에 온 것이다. (한국 내 이집트 난민들은 100여 명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체포와 고문, 재판 과정뿐만 아니라 탈출 후 사하라 사막을 건너다가 죽은 사람들도 많다.

이러한 과정에 대해 난민 심사관들에게 이야기하더라도 그들은 “재판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니 박해가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는 식으로 인정을 거부한다고 한다. “그러면 내가 언론 카메라를 대동해 이집트로 돌아가서 살해당한 뒤, 내 영혼이 다시 한국에 찾아와서 난민 신청을 해야만 받아줄 것이라는 말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난민 인정이 6년째 미뤄지면서 겪는 고통은 심각하다. 난민 신청자들은 임시 비자를 받는데, 이 비자는 갱신해야 하는 기간이 매우 짧고 불안정하다. 보통 6개월마다 갱신에, 출입국청 마음대로 3개월짜리 도장만 찍어 주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 갱신에 드는 수수료도 한 번에 10만원 정도 든다.) 당연히 이런 불안정한 비자로는 취업하기가 쉽지 않으니 먹고살기 막막하고, 그마저도 2019년부로 건설업 취업은 아예 금지됐다. 많은 난민들이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지만 직장이 없으면 의료보험도 받을 수 없다. 만약 그 비자조차 갱신을 못하게 된다면? 미등록 체류자 신세가 돼 강제 추방당한다.

이집트에서 교사로 일했던 난민 한 분도 만났다. 한국에서 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볼 때마다 이집트 생각이 나서 마음이 아프다고 하시면서, 다양한 문화에서 서로 배울 점이 있고 자신도 오랜 경험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점이 있을 거라고 안타까워하셨다.

농성장 사정이 너무나 열악하다. 어린아이도 많지만, 선풍기 하나 없고 식사는 통조림 등으로 해결하시는 것 같았다. 모금과 물품 지원 등으로 도울 방법은 없을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이라는 제목의 인쇄물. 법무부 장관과의 면담, 난민 지위 인정, 정치적 박해 사례 고려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난민 가정 아이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 인쇄물. 학교에 가고 싶다는 내용 등이 적혀 있다
이집트의 인권 상황과 감옥 사진 등을 정리한 인쇄물

무엇보다 한국인들의 광범한 연대가 절실하다. 법무부는 지난 6년간 그래 왔듯 이집트 난민들이 제풀에 지쳐 쓰러지기만을 기다리고 있고, 그걸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연대의 확산을 통한 압박이다. 난민 즉각 인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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