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와 자본주의적 농업

facebook.com 장은수님의 게시물

GMO 작물이 non-GMO 작물에 비해 특별히 몸에 해롭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는 동의하지만(적어도 시판되고 있는 작물은), 쿨란스키의 주장에는 기본적으로 모순이 있다.

GMO 종자가 아무런 장점이 없다면 사실 문제는 간단할 것이다. 소위 ‘토종’ 종자를 구해서 널리 키우면 되는 문제다. 장점이 없는데 뭣하러 매번 종자를 구입해야 하는 GMO를 키워야 하는가?

다국적 농업 기업들이 ‘토종’ 종자 재배를 방해한다고? 결국 이런 논의는 다국적 농업 기업들의 힘을 터무니없이 과장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몬산토가 자주 그러한 과장의 대상이 되는데, 참고로 몬산토는 2018년 독일의 제약 회사 바이엘에 인수됐다. 인수 대금은 630억 달러였다.

물론 어마어마한 액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구인구직 SNS) 링크드인을 262억 달러에, 아마존이 (유기농 식료품점 체인) 홀푸드를 137억 달러에, 페이스북이 (메신저 앱) 왓츠앱을 190억 달러에 인수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엄청나게 큰 액수도 아니다. (만약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과 페이스북이 인수된다면 인수 대금으로 얼마를 받을지를 상상해보면 더 그렇다.)

링크드인과 홀푸드와 왓츠앱이 여러 나라 정부들을 좌지우지해왔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면, 세계 최고의 농업 기업조차 그 정도 액수에 인수될 정도로 자본주의 체제가 농업에 별로 큰 흥미가 없다고 보는 것이 현실에 더 부합할 것이다. (농업 생산성 향상은 공업 등 다른 부문보다 훨씬 그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GMO 종자뿐만 아니라 F1 종자도 매번 새로 구입해서 써야 하기는 마찬가지인데, F1 종자는 ‘잡종강세’를 이용한 종자를 말한다. F는 filial(자식/세대의), 그리고 F1은 잡종 1세대를 말하는 건데, 멘델의 유전법칙을 배웠으면 알겠지만 2세대(F2)에서는 1세대에서는 잠복돼 있던 열성 형질이 나타나므로 수확량이 떨어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새가 새끼를 못 낳듯) 아예 2세대를 못 맺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농작물 종류를 막론하고 F1 종자가 널리 재배되는 이유는, ‘토종’ 종자와 생산성 차이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그 차이가 큰가 작은가 자체가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쿨란스키의 주장처럼 GMO 종자 대부분이 (떠들썩한 홍보와 달리) 생산성 향상이 거의 없을만큼 작다고 보더라도, 그럼에도 자본주의 체제의 맹목적 축적과 경쟁은 그 사소한 차이도 허용하지 않는다. 요컨대, 특정한 기술과 특정한 기업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농업 자체, 즉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문제다.

자본주의적 농업의 문제를 놔두고 특정한 기술과 기업만 문제시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자본주의 체제를 그대로 놔둔채 소농과 ‘토종’ 씨앗을 복원하자는 식의 대안은 공상적이다. 소농이 몰락하고 다국적 기업이 독점하는 종자가 지배하는 건 특정 소수의 음모 때문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논리적 결과 때문이다.

(그리고 소농은 비록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고통받을지라도, 체제 자체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없다. 그들에게는 이 체제의 핵심인 이윤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노동자들의 집단적 힘 같은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도 지지할 수 없는 대안이다.)

GMO 작물 재배가 더 많은 살충제와 제초제 사용, 즉 더 많은 환경 파괴로 이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도 GMO 기술 자체의 문제보다는, 마르크스가 『⁠자본론』 1권의 「⁠대공업과 농업」에 관한 절에서 지적한 것이 떠오른다. 자본주의는 언제나 환경 파괴를 낳았다.

더욱이 자본주의적 농업의 모든 진보는 노동자뿐 아니라 토지를 약탈하는 방식의 진보이며, 일정한 기간에 토지의 비옥도를 높이는 모든 진보는 비옥도의 항구적 원천을 파괴하는 진보다. 예컨대 미국처럼 한 나라가 대공업을 토대로 발전하면 할수록, 토지의 파괴과정은 그만큼 더 급속해진다.

요컨대, GMO 기술에 대해 찬성할 일은 물론 아니지만, 공상적 대안을 내세우며 반대할 일도 아니지 않을까 싶다. 자본주의적 농업이라는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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