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2.0』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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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2.0 | 에드워드 할로웰.존 레이티
에드워드 할로웰과 존 레이티가 쓴 『ADHD 2.0』을 읽었다.
누군가가 “학계의 최신 이론들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제발 한국인들이 쓴 허섭스레기들 읽지 말고 이런 실력있는 전문가들이 쓴 책을 읽자.”라고 평했던데, 정말 공감이 가는 평이다. 도서관에서 빌려봤지만, 조만간 구입해서 여러 번 곱씹어 읽어볼 생각이다.
저자들 본인이 ADHD를 갖고 있기도 한데, 저자들이 설명하는 비유가 가슴을 깊이 울린다.
우리는 매우 간단한 비유를 들어 ADHD를 아이들에게 설명한다. 이런 비유는 성인들에게도 통할 것이다. ADHD인 사람은 페라리 급의 엔진을 가지고 있지만, 브레이크의 강도는 자전거 급밖에 안 된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엔진 출력과 브레이크 성능의 불일치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할 일은 브레이크의 성능을 개선하는 것이다.
요컨대 ADHD는 제대로 이해하고 관리만 된다면 특별하고 강력한 자산, 선물이 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가장 중요한 말은 ‘제대로 이해하고’이다. ADHD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ADHD로 인해 남들과 다르게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을 긍정적으로 느낄 수도 부정적으로 느낄 수도 있다. 이 책을 쓰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당신 자신 혹은 당신이 돌보는 누군가를 돕기 위함이다.
12-13쪽
이 책을 읽으면서 ADHD를 병으로 여기는 것(즉,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과 신경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은 충분히 양립 가능한 관점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됐고 거기서 무척 깊은 인상을 받았다.
책에 나오는 여러 가지 내용을 읽으면서 많이 반성하게 됐고 영감을 얻기도 했다. 특히 사람들과 연결된 삶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4장, 주변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6장,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7장이 많은 도움이 됐다.
약물적 치료에 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이 책에서 약물은 짧은 부분만을 차지하는데 반해 내 주관적 평이 이 책의 실제 비중과 어긋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염려된다. 압도적으로 많은 부분이 비약물적 접근법에 집중돼 있고, 약물은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인 8장에서 짧게 다룬다는 것을 짚고 싶다.
그럼에도 저자들은 약물을 “우리의 치료 도구 상자에서 매우 귀중한 도구”라고 강조한다. 나는 저자들이 약물에 대해서 갖는 관점이 (약물 사용에 대한 흔한 비난과 달리) 오히려 균형 잡혀 있다고 느낀다.
저자들은 8장의 도입부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환자나 그 부모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선생님은 리탈린을 믿으십니까?”이다. 우리는 환자들이 실제로 묻고 있는 건 우리가 ADHD를 치료하려면 약을 처방해야 한다고 믿냐는 거지만, 때로는 문자 그대로 답하고 싶기도 하다. “리탈린은 종교적인 원칙이 아닙니다.” 왜 당신이 그렇게 믿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중 누구도 악마 즉 거대 제약사의 대리인이 아니다. 여러 가지 ADHD 처방약은 뜨거운 논란의 영역에 진입했고, 그 영역에서 합리적 이성은 사라져 버린다. 우리는 그 이성을 논의에 다시 끌어들이고자 한다.
170쪽 (번역을 일부 수정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 혹은 대처 방법을 구축하고, 적절한 학교와 적절한 직업 찾기, 적절한 교사나 멘토 혹은 동료를 발견하기, 사람들과 어울려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에 연결되는 삶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약물만큼 도움이 되는 것이 없다. (중략) 약물은 우리의 치료 도구 상자에서 매우 귀중한 도구이다.
170쪽
그러나 저자들은 약을 먹을지 말지에 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사려 깊게 접근한다.
분량에 비해 8장을 지나치게 강조했지만, 사실 이 책의 장점은 다른 장들에 더 많다. 유용한 접근법과 영감을 주는 내용들이 많으니, 많은 사람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굳이 아쉬운 내용을 꼽자면, 저자들이 강조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 혹은 대처 방법을 구축하고, 적절한 학교와 적절한 직업 찾기, 적절한 교사나 멘토 혹은 동료를 발견하기, 사람들과 어울려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에 연결되는 삶”은 사실 굉장히 ‘사회’적인 것임에도 이 책에서는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 듯 보인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대처가 악명 높게 말한 대로 “사회 같은 것은 없다. 있는 것은 개인과 가족뿐”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런 책에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기대하는 건 너무 과도한 것인가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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