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서평

aladin.co.kr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존 돈반.캐런 저커

존 돈반과 캐런 저커가 쓴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를 읽었다.

존 돈반과 캐런 저커의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책과 검은 잔에 담긴 커피가 회색 탁자 위에 놓여 있다

가히 ‘거의 모든 역사’라 할 만하다. 레오 카너가 자폐증을 ‘발견’한 1938년부터 DSM-5에서 아스퍼거 장애라는 진단명이 삭제되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진단명으로 통합된 2013년까지, 100년에 가까운 자폐의 역사를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그만큼 책이 두껍지만 원 글도 잘 쓴 데다가 무엇보다 번역이 좋아 술술 읽혔다.

자폐인을 사회와 국가에 부담만 주는 존재라고 여겨 영원히 수용시설에 격리하던 때나 공립 교육에서 배제하던 때를 다루는 부분을 읽으면서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이기도 하거니와 현재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시각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웠다.

몇십 년의 시차는 있지만 ‘냉장고 엄마’ 때문에 자폐가 생긴다고 자폐 아동의 어머니를 비난하던 때나, 백신 때문에 자폐가 생긴다는 음모론이 횡행하던 때를 읽으면서는 서로 방향만 다르지, 본질적으로는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면서 ‘과학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기도 했다.

뭐라고 딱 집어서 소개하기 어려운 방대한 책이지만, 출판사의 소개 글처럼 “자폐의 역사는 곧 이 세상에서 ‘어딘지 다른 사람’이 살아갈 자리를 추구해온 역사”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궤적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어딘지 다른 사람이 살아야 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편견에 맞서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 “어딘지 다른 사람이 배울 수 있는가?”라는 편견에 맞서 교육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 “어딘지 다른 사람은 열등한 존재가 아닌가?”라는 편견에 맞서 신경다양성을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이 그것이다. 이 책은 자폐를 둘러싼 세 가지 노력을 통해 다수와 다른 소수를 받아들이고, 그들이 살아갈 자리를 만들고, “다름”이란 것이 “열등함”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정신적 특성임을 깨닫기까지의 과정에 동참한 자폐인과 그들의 가족, 그리고 수많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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