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쳐 본 시험

며칠 전에 지텔프라는 시험을 쳐 봤다.

공인영어시험을 쳐 본 적이 별로 없다. 토익은 17살 때 대학 입시 준비를 위해 쳐 본 것이 마지막이었고, 텝스는 22살 때 대학 편입 준비를 해 볼까 하고 쳐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가장 최근 시험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러나 두 시험 다 점수를 실제로 사용할 일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 두 시험은 실제로 점수를 사용할 일이 있으리라 기대하고 쳐 봤던 건데, 이번 시험은 말 그대로 ‘그냥’ 쳐 봤다.

모르겠다. 쓸데없는 일에 일부러 에너지를 쏟는 게 번아웃 증상 중 하나라는데, 그런 걸지도…. 내 몸에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작년부터 느끼고 있다.

지텔프라는 시험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지난달에야 알았는데, 굳이 이 시험으로 쳐 본 이유는 시험 시간이 짧고(90분) 시험 결과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기간도 짧기(5일) 때문이었다.

레벨2로 친 이유는 정기시험이 그것밖에 없어서 그렇다. 레벨2 성적이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레벨1 시험은 비정기적인 데다가, 먼저 레벨2에서 Mastery를 취득해야만 칠 수 있다고 한다.

평균 점수 94점이 나왔다. 모의고사를 두 번 풀어 보고 시험을 쳤는데, 문법과 독해/어휘는 모의고사 때보다 약간 더 높은 점수가 나왔고 청취는 약간 더 낮은 점수가 나왔다.

아무래도 모의고사 풀 때 문법과 독해/어휘는 다 풀기만 하면 남는 시간과 상관없이 더 이상 검토하지 않고 그냥 시험지를 덮어 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실제 시험에서는 남는 시간 동안 다시 검토를 해 봤으니까…

지텔프 레벨2 94점을 토익 점수로 환산하면 약 932점이라고 한다.

아무튼 요새 좀 힘든가 보다. 내 몸에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운데, 그렇다고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게 뭘까 싶은 고민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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