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지는 正論紙가 아니라 政論紙

얼마 전부터 매일 《⁠가디언》을 종이 신문 편집으로 읽어 보기 시작했다. 바쁜 와중이지만 하루에 한두 편 정도는 꼭 읽어 보려고 한다.

안 그래도 《⁠가디언》이 자주 읽는 편인 영미권 신문인데, 마침 종이 신문도 무료로 볼 수 있다니 더없이 좋다. 영미권 신문들은 페이월(paywall)을 두는 게 대다수이다 보니 반갑고, 종종 후원을 하는 것으로 답례하고 있다.

태블릿으로 본 《가디언》 종이 신문 편집 화면. 몰타 황금여권 기사와 독버섯 요리로 시댁 식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여성의 재판 기사가 실려 있다

독버섯이 든 비프웰링턴을 시댁 식구에게 대접해 살인한 혐의를 받고 있는 호주 여성의 재판이 시작됐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판사가 배심원단에게 주의를 준 내용을 길게 보도하는 등 최대한 객관적 시각을 보이려 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역시 정론지는 다르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정론지는 正論紙가 아니라 政論紙라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주로 정치적인 기사나 사설, 논평 따위를 다루는 신문”을 ‘정론지’라고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정론지(政論紙)’ 항목. 주로 정치적인 기사나 사설, 논평 따위를 다루는 신문이라고 풀이돼 있다

심지어 《⁠경향신문》 1963년 4월 13일 자 기사를 보면 오히려 정론지는 신문의 기능을 “여론의 형성, 전파”에 두고 “끊임없이 의견, 이념, 사상 등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신문을 말한다. 해당 기사는 “사실만을 보도할 뿐 그 뉴스에 대한 선, 악의 판단을 보류”하는 신문은 ‘보도지’라고 분류한다.

옛 신문 지면. 한자로 ‘政論紙냐 報道紙냐’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려 있다
같은 기사의 본문. 신문에는 여론의 형성과 전파를 기능으로 삼는 정론지와 사실 보도를 위주로 하는 보도지의 두 가지 형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 점에서 《⁠미디어오늘》 2008년 7월 3일 자 기사에서 한 시사평론가가 “문제는 어떤 국민도 정론지가 있다고 보지 않고 있고 진보지와 보수지로 평가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발언한 것은 ‘정론지’라는 표현을 완전히 잘못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말샘의 ‘정론지’ 예문. 《미디어오늘》 2008년 7월 기사에서 한 시사 평론가가 반박한 문장이 실려 있다

물론 이 발언이 ‘우리말샘’에 실린 건 ‘정론지’의 다른 뜻이 생겨나고 있다는 말이겠지만 말이다. 내가 ‘정론지’를 ‘正論紙’로 알고 있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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