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이 왜 필요한지부터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나도 ‘우천시’ 등의 낱말 뜻을 오해하는 사람들을 비웃은 적이 있지만, 엄민용 선생님 수업을 들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특히 몇몇 한자말을 오해하는 일이 과연 ‘문해력 문제’의 본질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을 강하게 품게 됐다.

오늘 대구 ‘인터불고’ 호텔을 ‘인터불고등학교’로 오해한 사람을 비웃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깊어졌다. 그러다가 문득 ‘인터불고’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스페인어 원어로는 inter burgo인 모양이다. 기업명이 외래어 표기법을 무시하는 경우는 흔하니 그러려니 하지만, 그래도 ‘인테르 부르고’ 정도로 표기할 수 있었던 말을 ‘인터불고’라고 마음대로 표기해 놓고 그 뜻을 당연히 알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마음에 걸리는 점은 ‘인터불고’가 “모두의 마음과 뜻을 함께하는 화목한 마을”을 뜻한다고 소개 페이지에 버젓이 적혀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inter와 burgo라는 단어만 놓고 보면 그런 뜻이 있다고 볼 여지가 없다. 다만 애초에 자연스러운 스페인어 표현이 아니기 때문에, 뜻을 임의로 만들어 붙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마치 원래 그런 뜻이 있는 것처럼 설명하는 것은 새로운 오해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ChatGPT든 Gemini든 이런 오해로 오염된 답변을 내놓는다. inter burgo는 이 기업 외에는 쓰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스페인어(또는 라틴어) 표현이라서, 오염된 정보를 더 바로잡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사례를 보면, AI는 결국 ‘생각’을 흉내 낼 뿐, 실제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느껴진다.

아무튼 문해력이 부족하다고 비웃기에 앞서 문해력이 왜 필요한지부터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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