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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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 | 헬레나 코번.라미 G. 쿠리
헬레나 코번, 라미 G. 쿠리 등이 쓰고 이준태가 옮긴 『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동녘, 2025)를 읽었다.
한국에서 하마스만을 주제로 삼아 본격적으로 다룬 첫 단행본이라는 점에서 반가운 책이다. 하마스에 대한 악마화, 왜곡, 오해가 만연한 상황에서, 한 권이라도 하마스를 제대로 다룬 책이 나왔다는 것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
다만 대담집이라는 형식은 겉보기엔 쉬워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입문자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대담자들이 해당 문제에 대해 일정한 식견을 갖춘 이들이다 보니 서로 말이 통하는 상태를 전제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고, 그 과정에서 배경 설명 없이 중요한 맥락이 생략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이 ‘이 정도는 다 알겠지’ 하고 넘어가는 지점들이 독자에게는 장벽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도 그런 측면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대담자 중 한 명인 칼레드 흐룹이 쓴 『Hamas: A Beginner’s Guide』 같은 입문서가 (이 책의 번역자도 추천했듯) 먼저 번역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그런 기대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안다.
이 책에 나오는 여러 대담자는 각자의 관점과 해석이 서로 다르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대다수는 현 제국주의 질서의 근본적인 변혁을 상상하지 않은 채, 그 질서 안에서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를 공유한다.
하마스는 사실상 두 국가 방안을 수용하고 있는 점에서 약점을 지닌다. 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저항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그 어떤 약점을 덮고도 남을 강점이다.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사람들이라면 하마스를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하마스가 현 질서 내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하겠다는 틀에 자신을 가두고 그 국가의 책임 있는 정부 참여 세력으로 자리매김하려 할수록, 파타흐가 겪은 실패를 반복할 위험도 커진다. 이 점을 대담자들 대부분이 충분히 짚지 않고 오히려 하마스가 ‘책임 있는’ 주체가 되기를 기대하거나 그렇게 될 것으로 전망하는 듯 보인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요컨대, 하마스의 미래와 팔레스타인의 해방은 팔레스타인 저항의 승리를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라는 질문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이 책은 그 점에서 분명한 한계를 지닌다.
물론 하마스를 다룬다고 해서 이 문제까지 제대로 짚는 책은 드물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부족함을 과하게 탓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초심자에게 친절하지 않은 대담집 형식이 가져오는 진입 장벽이 더 큰 문제일 수 있겠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하마스를 정면으로 다룬 단행본이 처음 나왔다는 점은 매우 반가우며, 앞으로 더 많은 책이 번역·소개되기를 바란다.
한편 이 책에 실린 팔레스타인평화연대(팔평연)의 해제는 하마스에 대한 이해를 촉구하지만, 정작 2023년 10월 7일 당시 자신들이 보인 혼란과 주저함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있는 그대로의 하마스를 욕하라」라는 제목은 동시에 또 다른 거리두기로 들린다.
하마스에 대한 악마화와 비난이 거셌던 시기 하마스 규탄을 분명히 하자고 요구하던 “한국 시민사회”(그 이름의 오만함은 굳이 지적하지 않더라도) 내 일부의 목소리에 이들이 취하던 태도를 생각해 보면, 이렇게 해제를 쓸 수 있는 건지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독자로서 적잖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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