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유대주의를 반긴 시온주의
이스라엘의 만행을 두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됐다’ 하는 말도 심한데, ‘홀로코스트 때 죽어 마땅했다’는 유의 이야기까지 나오는 걸 보면 끔찍하다.
유대인은 획일체가 아니다.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유대인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고,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유대인이 이스라엘에 유대감을 느끼지 않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만행을 핑계로 한 반유대주의는 오히려 이런 용기 있는 목소리를 짓밟는 일이다.
무엇보다, 과거 이스라엘을 세운 시온주의자들은 홀로코스트 피해자들을 돕기를 거부했다. 유럽에서 반유대주의가 번성하는 것도 은근히 반겼다. 그래야만 자신들의 강탈 국가 프로젝트에 유대인들이 더 많이 몰려들 테니까.
미국의 지도적 시온주의자인 랍비 스티븐 와이즈도 1939년에 유대인 아이들이 미국에 입국하는 문제에 관해서 벤 구리온과 비슷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이들의 입국이 미국의 이민 관련 법률들에 미칠 영향을 걱정했다.
우리의 국가[이스라엘]가 우선이다. (중략) 만약 이 아이들을 도울 수 없다면, 도와서는 안 된다.
그러나 시온주의의 가장 커다란 범죄는 시온주의자들이 나치에 취한 태도다. 세계시온주의기구 의장 바이츠만은 히틀러가 집권하기 훨씬 전인 1912년 베를린에서 한 연설에서 독일 반유대주의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일정 규모 이상으로 유대인들을 받아들이는 나라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이미 독일에는 유대인들이 너무 많다.
히틀러 자신도 이보다 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히틀러는 1933년 집권했을 때, 독일의 주요 시온주의 단체인 독일시온주의연맹이 자신만큼 뒤틀리고 유사한 사상을 갖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들은 히틀러에게 다음과 같은 문서를 보냈는데, 이는 그 뒤 가스실까지 이어지는 참혹한 시기 내내 나치와 시온주의자들의 관계를 결정지을 문서였고 더 논평할 필요도 없는 문서다.
따라서 우리의 견해를 말씀드리자면, 새로운 ‘독일 국민의 각성’이라는 원칙들을 유지하면서도 유대인들의 새로운 생존 조건을 마련하는 해결책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중략) 시온주의는 유대인의 어려운 처지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유대인의 어려운 처지는 무엇보다도 그들의 비정상적인 직업 분포와 고유한 전통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정신적·도덕적 결함 때문입니다. (중략) 독일 국가가 만족할 유대인 문제의 해법은, 유대인을 사회적·문화적·도덕적으로 혁신하려는 유대인 운동에서 도움을 받아야만 실현될 수 있습니다. (중략) 지금 독일에서 기독교적·민족적 가치를 고수함으로써 민족의식이 부활하는 것처럼 유대인들도 그런 민족의식이 부활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뿌리, 종교, 운명 공동체, 공동체 의식이 유대인들의 삶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가 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강탈국가 이스라엘 — 존 로즈, 92-93쪽
그러나 시온주의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바르샤바 봉기가 일어난 바로 그 해에, 시온주의유대인구조위원회의 대표 이츠하크 그린바움은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유대인들을 구하기 위해 [유대인구호연합 — 지은이] 돈을 지원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면, 나는 “안 돼. 절대 안 돼” 하고 대답했을 것이다. 내 생각에 우리는 시온주의 활동을 부차적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활동에 저항해야 한다.
강탈국가 이스라엘 — 존 로즈, 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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